책 <아웃퍼포머>
요즘 나의 관심사는 '가성비 있게 일하는 것'이다. 업무에 쓰는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내고, 나머지 시간엔 다른 공부를 하거나 쉬는 것. 그걸 몇 번 경험해보니 나라는 사람의 효율을 높여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웃퍼포머>의 저자는 BCG에서 일할 당시 일주일에 기본 60시간, 최대 90시간씩 일했는데, 자신보다 적게 일하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동료를 보고 이 연구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장시간 일하면 성과가 올라갈까? 지금 만연한 ‘근면성실’식 사고방식은 ‘그렇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성과가 향상되지만 일정 시점까지만이다. 일주일에 30시간에서 50시간 사이를 일할 때는 노동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성과가 향상된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주당 50시간에서 65시간 사이가 되면 추가 시간이 주는 이점은 줄어든다. 그리고 65시간 이상 일하면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체 성과가 감소한다.
사실 그렇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억울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시간을 투여한다고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나는 그 원인이 지능 혹은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만큼의 재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손 놓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능, 재능이 벌려놓은 100만큼의 차이를 50만큼이라도 따라잡고 싶었다.
그래서 가성비 있게, 똑똑하게 일하고 싶어서 <아웃퍼포머>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똑똑하게 일하는 것을 "몇 가지 활동을 선택하고 그것을 목표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내 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똑똑하게 일하기 위한 7가지 법칙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 이 글은 느낀 점과 생각거리를 쓴 자기 회고적 글입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공평하게 리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집중하기 힘든 이유로 꼽은 것은 크게 3가지였다.
업무 활동 범위가 너무 넓은 것(회의나 업무 가짓수가 너무 많은 경우 포함), 각종 유혹(남들 때문에 한눈팔게 되는 경우와 스스로 유혹을 만들어내는 경우 포함), ‘일을 늘리기’를 바라는 성가신 상사(명확한 지시가 부족하고 우선사항을 너무 많이 정해주는 상사) 때문이었다.
저자는 직장에서 '오컴의 면도날'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활동을 최대한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되,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내기 위한 필요한 일은 빠짐없이 다 하라"는 것이다. 특히 회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이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떤 상황이느냐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가 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PM으로 일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PM이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역할을 많이 한다. 팀별로, 부별로 이해관계가 다양한데 회사가 크면 그걸 중재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조직별로 의견을 듣고, 또 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오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운영하는 프로덕트가 여러 개인 경우에는 그만큼 회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매주 회의 5개, 격주 회의 2개가 고정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내 영향력이 적은 회의를 하나 줄여보려고 했지만, 회의에서 파생되는 태스크를 하기 위해 맥락을 알고, 협의를 진행하고, 결과를 공유하려면 결국 그 회의에 참여할 수밖에 없더라. PM은 다른 직무보다 '최소한의 활동'의 범위가 비교적 넓기 때문에 과도하게 오컴의 면도날을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 업무의 가치 = 남들에게 주는 효용 × 완성도 × 효율
가치 방정식의 값은 3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나의 일이 남들에게 혹은 회사에 얼마나 많은 효용을 주느냐와 관련된다.
저자는 업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정식을 제시한다. 나는 이 방정식에서 '남들에게 주는 효용'을 중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일할 때의 우선순위도 '빨리 결정을 내리거나 결과를 공유할수록 다른 사람이 빠르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로 설정하는 편이다. 내가 PM으로서 일하는 것에서 찾는 의미도 '이 프로덕트에게,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 조직에게 더 강력하게 기여하는 것'이고.
쓸모없는 일 축소: 기존 활동 가운데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제거하라
옳은 일 확대: 기존 활동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늘려라
‘와’ 소리가 나는 일 확대: 새로운 고부가가치 활동을 개발하라
별점 다섯 개: 기존 활동의 ‘완성도’를 높이라
더 싸고 빠르게: 기존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하라
이 챕터에서는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제시한다. 모든 일에 적용되어야 하다 보니 비교적 두루뭉술하지만, 내가 하는 일들을 쭉 나열해보고 이 기준에 맞추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늘리고, 낮은 일을 제거하거나 완성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지금까지 쭉 고민해온 일인데, 요즘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활동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이전 회사에서 못했던 것이 데이터 분석이다. 아무래도 작은 스타트업은 데이터 볼륨이 작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해도 '이게 정말 통계적으로 유의미할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회사는 쌓아온 데이터가 비교적 많고, 내가 방법을 공부하기만 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볼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데이터 구조를 익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이 챕터에서는 실행 → 측정 → 피드백 → 수정 → 재실행이라는 순환학습을 소개한다. 이 파트는 사실 내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에 관한 내용이라 특별히 강조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읽으면서 뜨끔했던 내용이 있어 간단히 인용하고 마무리하겠다.
사람들은 왜 ‘그만하면 훌륭하다’에서 멈추는 걸까? 연구자들에 따르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기술을 ‘자동화’한다고 한다. (...) 하지만 ‘행동’이 ‘자동’이 되는 순간 우리의 ‘학습’은 정체된다. 최고의 위치에 있더라도 망누스 칼센의 조언대로 부단히 한계를 넓혀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들 가운데 무려 74퍼센트가 무언가를 배우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한 일을 끊임없이 검토했다. 반면 성과가 좋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서는 17퍼센트만이 그렇게 했다. (...)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쉬지 않는다. 계속해서 배운다.
열정과 목적의식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열정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목적의식은 ‘기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열정은 ‘세상이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는가’를 묻지만, 목적의식은 ‘내가 세상에 뭘 해줄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챕터는 언뜻 보면 오해 사기 쉽다. 나도 처음엔 '열정과 목적의식이 많으면 당연히 성과가 좋을 것인데, 이걸 노력으로 계발할 수 있는 영역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영역은 사람마다 가진 성향에 따라 레벨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열정과 목적의식을 키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일치시켜라'고 말한다.
열정×목적의식이 발휘하는 진짜 마법은 뭘까? 열정과 목적의식이 합해지면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다. 근면성실 패러다임에서 단순히 더 오래 일하는 게 아니라 업무시간당 에너지가 늘어난다. 이게 바로 똑똑하게 일하는 법이다.
물론, 내 열정과 목적의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그걸 잘 찾으려면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이 거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에 열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사그라 들었고 취미에 가까워졌다. 한때는 마케팅에 열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내가 그걸 잘 못 해서 그 능력을 계발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Product Management에 열정이 있는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중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평생 고민할 숙제.
반면, 목적의식은 뚜렷하진 않을지언정 쭉 비슷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해줄 때 기여한다고 느낀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적절한 근거와 자료를 주는 것, 조직에 맞는 문화를 제공하는 것, 프로덕트를 더 편하고 쓰고 싶도록 만드는 것까지. 그럴 때는 되게 뿌듯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전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일도 아님에도 시간을 쪼개 조직문화 스터디를 시작하고, 그 내용을 적용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혹시나 지금의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중에 8장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열정이 많으면 워라밸을 악화시킨다고 한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워라밸을 악화시키는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일에 열정과 목적의식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열정이 있으면 좋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사 결과, 열정은 일과 생활의 경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했다.
이 챕터는 사실 챕터 내용보다도 맨 처음에 인용된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내가 한 말도 내가 한 행동도 잊어버리지만, 나로 인해 느꼈던 기분은 결코 잊지 않는다. - 마야 안젤루
고등학교 때 어떤 남자애가 나에게 공개적으로 모욕감을 준 일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도 내가 느낀 기분은 명확하게 기억한다. 반대로 1년 전쯤 어떤 한 사람을 만났다. 크게 얽히지도 않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주는 분위기와 영향력 덕분에 항상 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두 경험이 약간 극단적일 수 있지만, 이 인용문을 읽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논리나 정확성보다는 감정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내가 맞는 말을 했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말했느냐이다. 평소에 말을 막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조심해야겠다는 자각을 했다.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목적을 ‘느낄 수 있게’ 하라. (...) 목적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4장에서 본 것처럼 일에 대해 강한 목적의식이 있으면 개인의 성과도 더 좋아진다. 그리고 목적을 사용하면 ‘남들’을 감화해 나의 프로젝트나 목표에 적극 동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내용은 PM으로서도 중요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PM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그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극단적인 설득의 방법을 제시해서 아쉬웠다. 내가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가 온다면(아직 주니어라 설득할 경험이 많지 않다) 그것만 따로 공부해보아야겠다.
• 회의에 참석할 때는 반드시 100퍼센트 준비된 상태로 온다.
• 의견을 공들여 내고 확신을 갖고 (데이터와 함께) 설명한다.
• 내 의견뿐만 아니라 남들의 의견에도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
• 비록 내 것이 아니더라도(그런 때가 자주 있을 것이다) 최선의 의견이 이기도록 만든다.
•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절대로 개인적 감정은 싣지 않는다.
• 소수 의견에 언제나 귀 기울인다(정말로 귀를 기울인다).
• 합의를 위한 합의는 절대로 추구하지 않는다.
이 챕터의 내용 중에서는 잘 회의하는 법이 인상적이었다. PM이 참석하는 대부분의 회의는 PM이 곧 주재자다. 그래서 우리가 얼만큼 회의를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회의의 질이 달라진다. 회의가 많은 주간에는 회의 준비하고, 회의하고, 회의 결과 전파하다가 일주일이 끝나네-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의 전후를 잘 준비, 정리하는 것은 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
팀이 잘 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다양한 관점’이다. 사회과학 분야의 수십 년 연구가 확인해주는 것처럼 다양성을 가진 집단은 더 창의적이고 토론을 더 잘한다. (...) 회의에 갔다면 그냥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참석한 이상 무언가 의견을 내고 ‘기여’해야 한다.
나는 내가 주재하는 회의 빼고는 회의에서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원래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고쳐 나가기로 했다), 논의하고 있는 내용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해서이기도 하다(안건에 대해 미리 깊이 고민한 뒤 회의에 들어가는 방법이 도움 되었다). 그리고 내 의견이 바보 같을까 봐 두려워서인 경우가 많다(내 말에 공감하는 한국인들이 많길 바란다). 이유가 무엇이든, 위 인용문을 읽고 반성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상 반드시 의견을 내자고.
원칙이 있는 협업에서 가장 기초적인 첫 번째 단계를 이행했다. 분명하고 철저한 사업성을 설명해낸 것이다. 협업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협업을 선택할 때는 단 하나의 기준에 집중하면 된다. 바로 ‘가치’다. 함께 힘을 합쳐 한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젝트 혹은 비용 절감 운동을 추진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 이 협업이 매출, 비용, 효율, 고객 만족, 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PM이 하는 일은 대부분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전 회사에서 1인 마케터로 일할 때는 혼자 일하는 게 지겹고 때로는 외로울 정도로 혼자 일했는데, 지금 회사에서 PM으로서는 반대로 정말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PM은 습관적으로 각 프로젝트와 태스크의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걸 왜 하는 건가요?'라는 반문을 반드시 받게 된다. 물론, 이건 협업이 아니라 혼자 일을 할 때도 필요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중요한 목표가 다른 사람, 다른 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나온 사례가 그러했다. 이때는 그 사람이나 팀에게도 중요한 일이 되게끔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이걸 추진해서 얻는 이익을 협업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KPI를 설정한다던가, 한 팀만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한다던가. 그리고 그게 안 될 경우에는 협업하지 않거나, 덜 건강한 방법일지라도 상위 조직장을 설득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만들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확보된 시간을 7가지 습관이 만들어낸 ‘시간배당’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게 배당받은 시간에 뭘 하느냐다. 두 선택지가 있다. 그렇게 남는 시간을 다시 일에 투자할 수도 있고, 일 외에 개인 시간이나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쓸 수도 있다. 이윤을 낸 기업이 있다고 하자. 그 돈을 다시 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 일부는 현금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여러분도 비슷한 처지다.
여러분은 ‘근면성실’ 패턴을 깨버리고 분명한 한계를 정해야 한다. 뛰어난 결과를 내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린다는 것은 일주일에 50~55시간 정도 일하고, 그 시간 동안 열정과 목적의식을 불어넣은 다음, 쉰다는 뜻이다.
사실 책에 나온 그대로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는 그 밸런스를 찾는 것이다. 나는 평일 퇴근 후와 주말 하루는 남는 시간을 운동과 공부, 취미에 투자하고, 나머지 주말 하루는 놀기에 투자한다. 대학생 때부터 (의식적이지는 않았지만) 실험을 계속하면서 나만의 법칙을 찾았는데, 이렇게 생활하면 일이나 공부만 하느라 피곤하지도 않고, '너무 논 거 아닌가'라는 죄책감도 없다.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요즘 행복감이 가장 높다.
위 이야기와 별도로 궁금한 것 한 가지. 어떤 사람은 퇴근하자마자 일 스위치를 딱 끄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쉬는 동안에도 일 생각을 계속하는데(나는 감사하게도 전자), 이 차이는 왜 그리고 어떻게 생기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직 명쾌한 답은 못 찾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환경 차이였던 것 같다. 일 자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때는 워낙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쉬는 시간에도 일 생각이 나더라. 그런데 적절한 시간만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니 저절로 퇴근 후엔 일 생각을 끊는 사람이 되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할 일이 많은 환경은 나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그 생활이 아주 조금 약간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그 당시에 결코 행복하거나 건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몇 달이라는 기간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행복한 삶을 살면서도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