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저는 어머니에게 꼼꼼함을 물려받은 ISFJ형 인간입니다. 제 메모 앱에는 국내여행, 해외여행, 호캉스, 물놀이, 등산 등 케이스마다 준비물 리스트가 쫙 있어요.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는데 필요한 게 없는 그런 순간은 존재하지 않죠. 이런 성격이다 보니 짐을 아주 가볍게 갖고 다니는 여행자들이 가끔 부럽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 말이에요.
책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에는 제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 필립 한든은 마르셀 뒤샹, 레이먼드 카버부터 소설 속 가상 인물 빌보 배긴스까지 단순하게 살았던 41명의 인물을 짧게 소개합니다. 그리고 다음 장엔 그의 소지품 목록을 나열해 한 편의 시로 만들죠. 제 여행 짐을 보면 꼼꼼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듯이, 시가 된 소지품 목록을 읽다 보면 이들의 검소함이 느껴집니다. 평소엔 작게 보였던 제 방의 가구와 물건들이 참 과하게 보이죠.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벼운 가방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새해에 목표를 짤 땐 열 개쯤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작년에도 그랬습니다. 열 개로 시작했던 목표가 일곱 개, 다섯 개, 세 개로 점점 줄었고, 결국 저는 단 한 개의 목표를 달성했죠. 올해는 훨씬 가볍게 세 개의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이 세 개만 잘 해내면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불룩했던 가방을 가볍게 만들었어요. 올해는 욕심을 한 스푼만 버리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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