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주전쟁>
왓챠플레이에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만든 드라마 <우주전쟁>이 올라왔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일 거예요. SF 선구자인 H.G.웰즈가 1899년에 쓴 원작 소설에서 이름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은 그 소설을 시작으로 수없이 변주되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고 톰 크루즈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도 있죠. 원작 소설이나 스필버그의 영화가 악한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류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스펙터클하게 보여 주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들이 왜 지구로 왔는지 밝혀내고,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묘사하는 것에 보다 집중합니다.
첫 에피소드는 외계에 메세지를 보내던 천문학자가 우연히 높은 주파수의 신호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왜 갑자기 신호가 나타난 건지 파악할 새도 없이 밤사이에 수많은 구체가 빠르게 충돌하고, 날이 밝은 뒤엔 한순간에 모든 사람이 죽습니다. 그런데 지하나 엘레베이터 안 혹은 물속에 있던 사람들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습니다. 아마도 외계 존재가 내뿜는 전자기장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들도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늑대처럼 생긴 로봇이 지상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기 때문이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합니다. 이타적이었던 사람은 자신 혹은 가족의 생존을 위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못 본 척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해치려 했던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자살을 차마 막지 못하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내가 이런 재난 상황에 처하면 과연 이들과 다른 선택을 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우연히 살아남은 생존자 중 외계 존재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 에밀리입니다. 에밀리는 외계에서 물체가 떨어졌을 때, 전자기장이 강해졌을 때, 그리고 로봇이 근처에 다가올 때 맥박과 같은 소리를 듣고, 또 무언가를 느낍니다. 분명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데 왜 다른 사람도 아닌 에밀리가 그 주인공인지, 그리고 에밀리는 선택받은 것인지 혹은 저주받은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왜 우리를 죽이려는 걸까요?
우리가 본인들과 달라서일지도요.
뭔가 이유가 더 있지 않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어요.
생존자들은 이 외계 존재가 왜 지구에 왔고, 사람들을 죽이는지 자기 나름대로 추측합니다. 시즌 1에서는 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다만 짐작할 만한 힌트를 흘립니다. 전자기장을 피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도 동물들은 죽지 않았다거나, 로봇이 갓난아기들은 죽이지 않고 데려가는 점을 보아 분명 어떤 목적이 있어 지구에 온 것 같습니다. 아마 시즌 2에서는 그들의 목적에 대해 더 깊숙이 파고들 것 같아요.
우리는 왜 외계인이 침공하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보는 걸까요? 그건 아마 우리가 이 세계에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로를 떠밀고 죽이는 인간의 이기심이든, 지구를 망치는 환경 오염이든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다들 느끼잖아요. 소설과 영화, 드라마 속에서라도 인간이 옳은 선택을 하고, 잘못된 경로를 수정하여 구원받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요. 과연 이 드라마는 시즌 2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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