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100일 후에 죽는 악어>
오늘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만화책을 소개해요. 책방 <번역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100일 후에 죽는 악어>(키쿠치 유우키 지음, 이은주 옮김, 미우 2021)입니다. 가볍게 훌훌 읽을 책을 찾던 중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띠지 카피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2019년 12월 12일부터 100일간 매일 트위터에 연재되면서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제목이 다 말해 주듯 <100일 후에 죽는 악어>는 주인공 악어가 죽기 전까지 보낸 100일 동안의 일상을 4컷 만화로 담은 작품입니다. 알바를 하며 지내는 악어는 게임과 영화와 라멘을 좋아하는 평범한 1인 가구 청년입니다.
악어는 정말이지 소소한 일상을 보냅니다. 뒹굴뒹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다가 행복하게 라멘을 먹고, 친구와 단골 라멘 집에 같이 가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혼자 TV 보면서 웃고,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감탄하던 중 2탄도 나올 거라는 다른 관람객의 말을 건너 듣고 설레하고요.
그런 소소한 일상 아래에 죽는 날이 카운트다운됩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악어가 죽는 날은 바짝 다가오지만 이야기 속 악어와 친구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지요. 과연 악어의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악어가 떠나면 친구들은 어쩌지, 하는 걱정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느릿느릿해졌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큰 사고로 입원한 쥐가 한숨을 푹 쉬자 악어가 입을 쫙 벌려 여섯 시 흉내를 내는 장면이에요. 친구의 기분을 풀어 주는 악어의 표정이 웃기면서도 사랑스럽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반대로 친구가 악어의 기분을 풀어 주는 장면도 나온답니다.
이 책을 읽은 후로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종종 여섯 시를 흉내 내는 악어의 해맑음을 떠올려 봅니다. 관대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요. <100일 후에 죽는 악어>는 기분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 일상을 그립니다. 무엇보다도 당연하게 흘러가는 듯한 일상과 소중한 관계에도 '끝'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요. 죽음을 생각하면 갑자기 모든 게 멈춘 듯 엄숙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후회 없는 매일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틈틈이 뉴스레터 36호는 끝이 성큼 다가온다면이라는 제목으로 미드와 책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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