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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May 30. 2021

초여름에 음미해 보세요

헤르만 헤세 산문집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제 인스타그램에는 초록색과 파란색의 지분이 가장 많아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연을 사랑해서 주말이면 산이나 공원 속으로 들어가거든요.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일요일이면 자연을 찾는 사람에게 이제 다시 좋은 시절이 왔다. 그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새 생명이 움트는 기적을 만끽할 수 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행복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입니다. 자신만의 정원이나 키우는 식물이 없어도,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흐뭇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담겨 있지요. 요즘처럼 초록빛이 울창한 초여름에 읽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뼘 땅을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가꾸고, 다가올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 작은 화단, 헐벗은 한 뼘 땅을 갖가지 색채가 넘쳐흐르게 바꾸어놓고, 눈이 위로받는 천국의 정원을 만든다. (…) 그래서 그것을 만들어내고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에 대해 쓴 <클래식 클라우드 - 헤세>에서 저자 정여울은 헤세 문학의 키워드 중 하나로 '자연'을 꼽습니다. 그만큼 헤르만 헤세는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꽃과 식물에 관해 쓴 글을 읽으면 자연에 대한 그의 진실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지요. 산문집에는 겨우내 정원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뒤늦은 자책, 이웃들과 서로의 정원에 대해 나누는 소소한 대화 등 솔직하면서도 풍요로운 마음이 듬뿍 녹아 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할 때,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만이 이런 순환에서 빠져 있고, 무한한 순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개인적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려 하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지 않은가, 생각하곤 한다.


자연에 파묻혀 거닐다 보면, 인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놔두고 무엇 하러 열을 내며 살아가는 걸까, 라는 한가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산문집은 빽빽한 출퇴근길보단, 한 템포 쉬어가는 주말에 녹음 속에서 읽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그리고 한 번에 후루룩 읽기보다 한 챕터씩 음미하면서 여름 내내 읽고 싶은 글이지요. 마음에 여유로운 쉼터가 필요하다면, 헤세의 산문집을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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