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mental 만들기
조정래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에서는 박노해의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라는 시가 나오는데 그 시의 마지막 연은 이렇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을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 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 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일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이렇게 만 평생을 살 수 있다면 누구든 행복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낄 틈은 없을 것 같다. 이 여섯 가지 습관 모두가 평소에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하기 어려운 것이 다섯 번째 습관인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이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들과 섞여서 살기 때문에 자기 앞가림이나 정돈된 몸가짐, 그리고 많이 웃는 습관은 어느 정도는 실천할 수는 있다. 그리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도 쉽지는 않지만 얼마든지 의지에 따라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 전체가 오로지 전진과 성장만을 강조하고 있고, 그 구성원들의 시각도 당연히 앞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사색이나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은 정지된 느낌이 아주 강하다. 더구나 항상 남들을 의식하면서 살다 보면 나 혼자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만큼 참담한 것도 없다. 뭐든 남들보다는 늘 앞서야 하니까.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부유해 지기를 소망한 뿐이다.”라고까지 했다. 이 비교 본능은 하필이면 우리가 심하게 유발 난 게 탈이다. ‘너도 하면 나도 한다.’ ‘남들 도하는데 나라고 못할 소냐.’ ‘남들만큼만 하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심리가 우리를 더욱 힘들고 지치게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그래서 뒤처지는 듯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중단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가면 그 피로도는 급격하게 커질 수밖에 없고 그 뒷감당은 오로지 모두 내가 져야 한다. 그래서 성과 사회, 전진 사회의 대가로 스트레스는 만성화됐고, 여기서 더 나가서 우울증, 만성피로, 각종 행동 장애 등은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체단련(physical fitness)’뿐 아니라 ‘정신단련(mental fitness)’도 필요한 시대.’라는 [i]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생전 하루도 빠짐없이 명상을 했고, 오프라 윈프리도 매일 아침 20분간 명상을 했다고 한다. 마음의 안정을 통해서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낮췄다는 얘기다.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 있어도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아무리 위험한 곳에 가도 내가 가면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아무리 못났다 할지라도 그래도 나는 내 또래 평균보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편이라고 믿는다. 거기에다가 그들보다 심지어 동안이라고 굳게 믿는다. 더 심하게 얘기한다면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철석같이 믿고 산다. 우리는 이렇게 나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하면서 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른 채 오로지 앞만을 보면서 심신을 함부로 굴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멘탈 피트니스(mental fitness)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알겠는데 그 의미가 피상적이다. 뭔가 구체적인 방법이 없을까? 정답은 아니지만 의외의 답이 앞서 언급한 조정래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에숨어 있었다.
선생님인 강교민의 친구인 유현우에게 갑작스럽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유현우에게는 중3인 아들이 있다. 그런데 유현우 부부가 다른 학부모로부터 아들이 공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큰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대책을 세우라는 충고를 듣고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부부는 충격에 빠진 상태로 아들의 방을 뒤지다 노트북을 발견했는데 그 노트북 안에는 웬만한 소설보다 긴 아들의 글이 발견됐다. 그 글의 내용은 엄마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내용뿐이었다. 이 글을 본 엄마는 억울함과 서운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에게 불 같은 화를 내고, 아빠는 이러지도 저러 지도 못하고 있다 선생님인 강교민을 찾은 것이다. 남들에게 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공부 닦달한 엄마, 일하느라 아들과 변변한 대화 조차 하지 못했던 아빠. 노트북에 엄마에 대한 불만을 잔뜩 써왔던 아들. 어떻게 보면 답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인데 강교민은 아들이 똑똑하다고 말하고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한 유현우에게 의외의 말을 한다.
“그 글쓰기 행위가 자네 아들을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내고 보호해 준 거라고.”
“……….?”
“자네 ‘공감력’이라는 거 알잖아. 어떤 암담하고 절망적인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에게 그 속마음을 맘껏 털어놓고 하소연하면 그래도 좀 살 기운을 차리게 된다는 것.”
“그렇지, 그래서 내 속상한 얘기 진정으로 들어줄 사람만 있어도 친구 갖기에 성공한 인생이라고 흔히들 말하잖은가?”
“그래. 그런 식의 가장 효과 큰 치유 방법이 천주교의 고해성사 아닌가. 그저 가까운 보통사람이 아닌 신부님께, 그것도 비밀이 완전 보장된다는 확신 속에서 자기 속마음을 후련하게 다 토해내는 거야. 그것으로도 속이 시원하고 살 것 같을 텐데 또 하나의 큰 선물이 주어지는 거지. 어린 양이여, 괴로워하지 말라. 너의 죄를 거룩하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하노라. 어쩌면 이보다 더 기막힌 정신 치료는 없지 않을까 싶어. 만약 말이야. 천주교에서 고해성사를 없애버리면 어떻게 될까?”
“……..? 그러면…… 그거…… 교인이 확 줄어버리지 않을까?”
“정답이야. 모르면 몰라도 천주교의 위기가 닥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고해성사란 제도는 어떤 탁월한 천재의 발명품이야. 다시 말하면 자네 아들은 노트북에다 오랫동안 긴 글을 써나가는 것으로 고해성사를 대신하고, 자기에게 공감해 주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하소연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구해낸 것이라고, 그러니 얼마나 똑똑해.”
다른 건 몰라도 글을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몰입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본인의 글을 다시 보면서 잠시라도 사색을 경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박노해의 시처럼 무언가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면, 그 사람이 거친 세상에서 흔들림과 괴로움 없이 꿋꿋하게 살아가길 원한다면 글쓰기를 통해 몰입과 사색의 습관으로 인도하는 것이 어떨까. 멘탈 피트니스(mental fitness)하면 뭔가 어려워 보이지만 글쓰기라고 하면 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그 효과는 피트니스 그 이상이다. 글쓰기의 효과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분을 위해서 전문가의 말을 빌어 글쓰기 습관의 위대함을 살짝 소개한다. ‘누구나 창의적으로 살고 싶어 한다. 자신이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누구든 창의적인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을 하고, 글로 쓰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일상을 흔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할 때 오늘 하루가 바뀌고, 내일이 달라질 수 있다. 일상이 바뀌어야 인생이 바뀐다. 창의성의 근간은‘몰입’이다. 그 몰입은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ii] 남들과 비교하며 사는 것이 아닌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책 속에 길이 있고 글쓰기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닐까.
[i] 아직도 헬스클럽만? 일상 속 ‘정신단련’으로 스트레스 날려라.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비즈 N 헬스. 2017. 4.3.
[ii] 창의성의 발견 최인수. 선생님 앤 파커스. 2011.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