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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현 Dec 23. 2021

'싱어 게인 2'로 본 MZ 세대

MZ세대에 대한 내 멋대로의 해석

1992년이었던가.. 전국으로 생중계된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최종으로 남은 두 명에게 MC가 ‘누가 미스코리아 진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한 질문에 한 후보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미스코리아 진이 되고 싶어요!”(실제로 이 사람이 ‘진’이 됐다)

이 당당한 한 마디에 당시 기성세대들은 경악했다. ‘드디어 X세대가 출현했다.’, ‘이것이 우리와는 다른 X세대의 본모습이다.’,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X세대는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신세대다.’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심지어 될 수 있으면 절대 드러내지 말라는 가치가 절대적이었던 그때까지의 고정관념을 갓 20살의 여성이 과감히 깼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신선했던, 좀 더 나아가서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본격적으로 X세대가 사회 전면에 등장했던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훌쩍 지나, 어느덧 X세대는 기성세대가 됐고, 이제는 또 하나의 세대 MZ세대가 X세대보다도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들에 대한 여러 책들도 있고, 또한 수많은 분석이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싱 어게인’에서 드러난 MZ세대는 기존의 X세대와는 확연히 다르고, 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그들은 표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양하고 밝고 거침이 없다. 그리고 기존 세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담스럽지 않으나 강한 리액션으로 무장하고 있다. 카메라가 바로 코 앞에 있는 상황에서도(사실은 깨방정을 부리는 사람이라도 카메라 앞에서 얼어붙고 기가 죽는 게 정석이다.)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런 풍부한 리액션은 누구 와도 격이 없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준비와 훈련이 아주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돼 있다는 증거다. 이런 소통의 자세를 갖춘 이가 중년의 어른이 됐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사회가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경쟁을 즐길 줄 안다는 점이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떨어지는 경쟁 프로그램에서 준비한 자신의 기량을 주눅 들지 않고 마음껏 발휘하면서도 자신보다 뛰어난 경쟁자가 있으면 마음껏 박수를 보내고, 혹 실수한 경쟁자가 있으면 마음을 다해서 안타까움을 전한다. ‘너를 밟아야 내가 올라간다.’는 승자독식 구도에 사로잡혀 있고 그래야만 살아남는다는 구조에 익숙한 어른들에게는 분명히 어색한 화면들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MZ세대 특유의 집중력과 전문성이다. 프로그램을 봤다면 누구든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아니 저렇게 어린 친구가 연주를 어쩜 저렇게 잘해?’, ‘저 나이에 저런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거야?’ 얼핏 자유분방하고 지 꼴리는 대로 살 것 같은 이미지의 세대들이지만, 어느 한 분야 꽂히는 것이 있다면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그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경지에 다다르는 세대가 바로 MZ세대라는 것을 분명히 이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 그 경력에 제법 하는데?’, ‘그 정도면 훌륭한 거야.’라는 어른들의 얘기를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고 거기에서 안주했던 나 포함 기성세대들은 분명히 부끄러워하고 배워야 할 대목이 아닐까.

수능 시험 문제를 잠깐이라도 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문제를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에 쥐가 난다.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문제도 척척 풀어냈고 풀어내는 세대들은 어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지적 세계에 있다. 이런 수준 높은 세대들이 그 지적 바탕과 더불어 열린 세계관과 오픈된 마인드까지 갖추고 있다. 더구나 한 곳에 파고드는 집중력은 세종대왕도 놀랄 정도로 탁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태어나서 사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고, 그 덕분에 자기표현에 어색함이 없고 거침이 없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서로 인정하고 다름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 줄 줄 안다. 또한 넘치는 자유분방함과 함께 목표를 향해 스스로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덕목 또한 훌륭하게 갖췄다.


TV 프로그램, 그것도 가요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감히 한 세대에 대해 논하는 것이 자칫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비칠 순 있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분명히 너와 나, 이것 아니면 저것, 내 편 니 편, 을 가르는 대립의 시대를 넘어서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먼저 인식하는 공감의 시대를 열어갈 주인공이 될 것이다.

끝으로 이렇게 훌륭한 세대를 만들어 준, 지금은 자칫하면 꼰대의 나락으로 빠지는, 기성세대들의 업적? 도 분명히 칭찬을 받고 새롭게 조명돼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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