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by moonbada
이 모든 생고생이 내게 없는 것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나의 장점, 내가 사랑하는 것들 때문에 생긴다는 걸 아는 순간, 구멍에 불과했던 단순한 욕망은 아름다운 고리의 모양을 지닌 복잡한 동기가 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이 인생을 이끌 때, 이야기는 정교해지고 깊어진다.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두 글 모두 김연수의 산문집 <소설가의일>에 나오는 문장이다. 김연수는 소설가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소설이 원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이 글들은 모두 인생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파리에 사는 꿈을 꿨다. 정확히는 유학을 하는 것이어서 지금이랑은 좀 다르지만, 어쨌든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파리에 사는 나를 상상하며 커 왔다. 파리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단순한 욕망에 불과했지만, 나는 이 욕망을 복잡한 동기로 만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 왔다. 스무살 때는 같은 과 친구와 함께 프랑스어 학원을 한 달 정도 다니기도 했고, -한 달만 다녔던 이유는 왕초보반치고 문법 위주로 너무 어렵게 가르쳤던 그 학원 탓이 크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더 어릴 때는 만화책에서 본 특이하지만 예쁜 옷들을 따라 그린거나 잡지 스크랩을 자주 하기도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을 가지고 패션 유학을 꿈꿨던 나는 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꿈은 꿈. 현실은 현실. 네 꿈과 너는 닮아있다고 말해주던 친구들을 져버린 채 나는 현실을 살아가야 했다. 물론, 중간에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가는 등 여러 번의 어떤 행동들은 있었지만 그 행동들이 정교하고 깊은 이야기로 이어지기엔 보다 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뜻하지 않은 현상으로 끊어져버렸고 이어지지 않았다. - 물론, 지금은 이게 다 프랑스에 오려고 그랬나보다라고 내 멋대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나는 다시 한 번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할 각오와 함께 프랑스에 가기로 결심했다. 이건 너무 복잡한 이야기라서 그 누구에게도 이 결심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러기로 했노라고. 아주 어릴 때부터 꿈꿔온 나의 욕망이 복잡한 동기가 되어 날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수밖에.

그렇게 나는,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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