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셋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누군가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고 불러줘야지만 우리는 그제야 그게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고 알 수 있고, 리틀을 영원히 지켜줄 것만 같았던 후안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왜 한동안 케빈은 등장하지 않는 것인지, 테레사는 어찌 되었는지, 영화는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것들에 대해 이렇다 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마침표가 없다. 문장에는 마침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는 마치 산란하는 빛처럼 마침표 없이 흩어지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빛은 사라지기 전에 그 시작이 있듯, 우리는 빛의 산란 속에서 하나의 혹은 모두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푸른 달. 모든 걸 푸르게 물들여 비극도 희극도 같아 보이게 하는. 영화가 큰 감정의 고조 없이 내내 담담했던 건 그런 푸른 달빛이 이야기를 계속 비추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하지만 모두 같아 보이게 하는 그 푸른 빛 속에는 제각기 다른 우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모두 다 다르지만 같기도 하다는 걸, 우린 그 푸른 달빛을 통해 알게 된다.
클로즈업되는 인물들의 표정은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굵지만 섬세하게 움직이는 표정들이 이야기에 명암을 만들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이야기의 모든 서사를 그린다. 여기에 화면과 어긋나게 떨어지는 소리, 표정보다 직접적인 음악이 이야기에 색채를 더한다.
태양보다 작고, 한낱 빛을 반사할 뿐이지만, 모두를 비추는 문라이트. 리틀, 샤이론, 블랙, 뭐라 불리던 결국 모두 다 블루. 그래서 우린 모두 다 같고, 모두 다 다르다.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이미지 출처: 영화 <문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