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리 구경, 그리고 오키나와 전통 이자카야 유우난기이
츄라우미 수족관이 있는 오키나와 모토부 반도에서 다시 나하로 돌아온 우리는 새로운 숙소에 짐을 풀고, 마키시 역과 겐죠마이 역 사이에 있다는 국제거리로 향했다. 공항도 있고, 높은 건물도 있는, 오키나와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나하에는 버스 말고도 모노레일(유이레일)이 있어서, 우리는 숙소와 가까운 마키시 역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갔다. (참고로, 오키나와에는 전철, 지하철이 없다.)
오랜 시간 이동하면서 제대로 먹은 게 없었던 우리는 국제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파!"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국제거리에는 오키나와 전통 과자를 비롯한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었지만, 우린 너무 배고팠으므로 일단 눈에 보이는 맥도날드로 들어가 120엔짜리 사카사카 치킨을 사 먹었다. 또 바로 건너편에 있던 카루비 매장으로 들어간 우리는 오키나와 '한정'이라는 자색고구마맛 감자튀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감자튀김에 피자 포테토 고로케까지 사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랬다.
배를 어느 정도 채우자 국제거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과자,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비슷비슷한 가게 모습과 비슷비슷한 물건들, 그리고 밤을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왠지 모르게 오키나와와는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곳은 외국이고, 우린 외국인 관광객이었으므로, 다른 외국인들처럼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오키나와 특산품이라는 자색고구마(베이니모)로 만들어진 보라색 타르트도 맛보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사며 국제거리를 구경했다.
원래는 국제거리에 있다는 유명한 이자카야인 '유우난기이'라는 곳에 갈 생각이었는데,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골목 안, 작은 가게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분명 저곳도 유명하고 맛있는 곳일거라며, 유우난기이 찾는 걸 포기하고 저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던 나무 간판에 '유우난기이'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한참 찾을 때는 보이지 않더니, 포기한 순간 나타난 뜻밖의 발견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처음 경험하는 오키나와 이자카야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안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속으러 서둘러 들어갔다.
약간의 기다림 이후 안으로 들어가자, 길고 좁다란 가게 안을 꽉 채운 사람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한 쪽에는 안에서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 또 다른 한 쪽에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자유롭게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느낌의 벽들과 키시모토 식당처럼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명인들의 사인, 벽 중간 중간 걸려 있는 서양화,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유우난기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바다포도, 덴푸라, 오징어 먹물 야끼 소바가 이날의 오쯔마미(안주) 메뉴. 바다포도를 먹어 보고 싶었지만, 그 생김새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아, 그나마 모양으로는 봐줄 만한 고야 참푸르와 자마미도후,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오리온 맥주를 시켰다.
생맥주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오리온 맥주는 듣던대로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고야 참푸르는 생각보다 너무 써서 계란과 고기, 맥주와 함께가 아니면 먹기 힘들었고, 자마미도후도 엄청 맛있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고, 무엇보다 주인이 너무 친절해서 자꾸만 생각나는 곳이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쓰디 쓴 고야 참푸르에도 다시 도전해보고, 그날그날 다른 오쯔마미 메뉴도 시켜보고, 친절한 주인에게 추천받은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이날, 고야 참푸르 덕에 입은 좀 썼지만, 남아 있는 기억은 꽤 달콤하다.
유우난기이
ゆぅなんぎい
Okinawa-ken, Naha-shi, 3 Chome-3-3 Kumo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