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02 Mai 2015
이케아를 찾았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 아저씨가 기본 생활에 필요한 매트리스, 테이블, 기본 식기는 주셨지만 베개와 이불, 수건 같은 생활용품은 따로 사야 했기 때문이다. 민박집에 머무를 때 이케아 가는 방법을 미리 찾아본 나는 토요일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띠에(Thiais) 지점으로 가기로 하고, 당페르-로슈로(Denfert-rochereau)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조금 멀긴 했지만, 그래도 파리 외곽에 있는 이케아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살 때에도 이사한 첫날은 목도리로 커튼을 만들어 자고, 다음날 바로 도쿄 외곽에 있는 이케아를 찾았었다. 그때는 지하철을 이용해 갔다가, 무거운 짐들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벼운 짐들만 따로 들었는데, 별로 산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이케아 전용 파란색 가방을 한가득 채워서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때는 친구와 함께라서 우리 지금 모습이 너무 웃긴다는 둥, 도대체 짐을 부쳤는데도 왜 이렇게 짐이 많은 거냐는 둥 낑낑댔다가 낄낄댔다가 하며 집으로 돌아간 일이 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파리에서 나는 혼자였다. 파리 이케아도 배송 시스템이 있었지만, 파리의 택배는 오래 걸리고 분실 위험이 많기로 악명이 높아 이용하기가 꺼려졌다. 또, 이불이나 베개 같은 건 당장 필요했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이케아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나는 산 짐들을 어떻게 집까지 들고 가야 하나 하는 걱정과 드디어 이불이 생기고 집을 조금 꾸밀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이케아로 향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케아는 익숙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전 세계 지점 모두 같은 포맷을 취하고 있는 이케아를 이미 일본에서 경험해본 나는 프랑스어를 몰랐지만 다행히 헤매지 않고 쇼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간 이케아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일본에서 샀던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사고 싶은 건 정말 많았다. 철제 서랍장, 화장대, 벽시계, 러그, 아기자기한 소품들... 아마 파리에서 계속 산다면 이런 거 저런 거 다 살 텐데... 하지만, 나의 파리 생활은 1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자는 주의라서, 꼭 필요한 이불과 베게 말고도 부피가 작은 몇 가지 소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이케아를 돌아다녔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나는 계산 전 출구 쪽에 있는 이케아 식당에서 피쉬앤칩스와 요플레를 사 먹고 커피와 물까지 사서 마셨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있는 데다 양도 많아 아주 만족스럽게 밥을 먹고 셔틀 시간에 맞춰 장바구니에 담은 것들을 계산을 하고 나왔다. 쇼핑을 하면 늘 그렇듯, 산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짐이 한가득이 된다. 나는 이케아 가방을 가득 채우고도 짐이 많아 양손 가득 짐을 껴안고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생각보다 쇼핑을 오래 해서 내가 탄 셔틀버스가 마지막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버스 안이 사람들로 꽉 차서 움직이기도 힘든데다, 내가 너무 큰 짐덩어리가 된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당페르-로슈로 역에서 내려 다시 메트로를 타고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엄청난 생고생을 한 것 같았지만, 집에 와서 이불과 베개를 침대에 깔고 집 안에서 신을 실내화도 꺼내두고 했더니 꾸민 건 없는데도 사람 사는 집 같아져서 엄청 뿌듯하고 좋았다. 파리에서 1년 동안 살면서 큰 가구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소품 등으로 집을 조금씩 꾸밀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파리의 우리집을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게 될 줄 아직 모르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