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bada Nov 15. 2017

파리 이케아

Le 02 Mai 2015


 이케아를 찾았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 아저씨가 기본 생활에 필요한 매트리스, 테이블, 기본 식기는 주셨지만 베개와 이불, 수건 같은 생활용품은 따로 사야 했기 때문이다. 민박집에 머무를 때 이케아 가는 방법을 미리 찾아본 나는 토요일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띠에(Thiais) 지점으로 가기로 하고, 당페르-로슈로(Denfert-rochereau)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조금 멀긴 했지만, 그래도 파리 외곽에 있는 이케아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살 때에도 이사한 첫날은 목도리로 커튼을 만들어 자고, 다음날 바로 도쿄 외곽에 있는 이케아를 찾았었다. 그때는 지하철을 이용해 갔다가, 무거운 짐들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벼운 짐들만 따로 들었는데, 별로 산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이케아 전용 파란색 가방을 한가득 채워서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때는 친구와 함께라서 우리 지금 모습이 너무 웃긴다는 둥, 도대체 짐을 부쳤는데도 왜 이렇게 짐이 많은 거냐는 둥 낑낑댔다가 낄낄댔다가 하며 집으로 돌아간 일이 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파리에서 나는 혼자였다. 파리 이케아도 배송 시스템이 있었지만, 파리의 택배는 오래 걸리고 분실 위험이 많기로 악명이 높아 이용하기가 꺼려졌다. 또, 이불이나 베개 같은 건 당장 필요했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이케아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나는 산 짐들을 어떻게 집까지 들고 가야 하나 하는 걱정과 드디어 이불이 생기고 집을 조금 꾸밀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이케아로 향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케아는 익숙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전 세계 지점 모두 같은 포맷을 취하고 있는 이케아를 이미 일본에서 경험해본 나는 프랑스어를 몰랐지만 다행히 헤매지 않고 쇼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간 이케아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일본에서 샀던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사고 싶은 건 정말 많았다. 철제 서랍장, 화장대, 벽시계, 러그, 아기자기한 소품들... 아마 파리에서 계속 산다면 이런 거 저런 거 다 살 텐데... 하지만, 나의 파리 생활은 1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자는 주의라서, 꼭 필요한 이불과 베게 말고도 부피가 작은 몇 가지 소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이케아를 돌아다녔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나는 계산 전 출구 쪽에 있는 이케아 식당에서 피쉬앤칩스와 요플레를 사 먹고 커피와 물까지 사서 마셨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있는 데다 양도 많아 아주 만족스럽게 밥을 먹고 셔틀 시간에 맞춰 장바구니에 담은 것들을 계산을 하고 나왔다. 쇼핑을 하면 늘 그렇듯, 산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짐이 한가득이 된다. 나는 이케아 가방을 가득 채우고도 짐이 많아 양손 가득 짐을 껴안고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생각보다 쇼핑을 오래 해서 내가 탄 셔틀버스가 마지막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버스 안이 사람들로 꽉 차서 움직이기도 힘든데다, 내가 너무 큰 짐덩어리가 된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당페르-로슈로 역에서 내려 다시 메트로를 타고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엄청난 생고생을 한 것 같았지만, 집에 와서 이불과 베개를 침대에 깔고 집 안에서 신을 실내화도 꺼내두고 했더니 꾸민 건 없는데도 사람 사는 집 같아져서 엄청 뿌듯하고 좋았다. 파리에서 1년 동안 살면서 큰 가구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소품 등으로 집을 조금씩 꾸밀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파리의 우리집을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게 될 줄 아직 모르던 때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