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진다
하나도 그립지 않을 것 같았던 파리가 느닷없이 그리워졌다.
새벽 네 시 쯤 일어나서 잠이 안와 창문을 열었더니 작년 이 때쯤의 공기가 스며들었다.
길지 않았지만 아주 힘들었던 파리생활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라도 그립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갑작스런 공기에 작년의 그 파리가 그리워졌다.
처음에는 왜그런가 싶었다. 외국에 가지 않은지 오래라 그런 줄로만 알았다.
지금 나는 길가에 위치한 집의 창문으로 밤의 공기를 마시고 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작년의 오늘은 파리에서 길들을 익히려 초행길을 다닐 무렵이었다는 것이다. 꿈과 새로운 생활을 꿈꾸면서.
내가 파리를 그리워하는 건, 생각이 아니라 촉감이었다.
알맞은 온도와 느낌.
지구가 공전한다면 나도 그에 따라 공전하는 것만 같다.
제자리로 돌아오면 작년이 생각난다.
십대에도, 이십대에도, 늘 같은 계절에 작년이 생각난다.
그리워하다 점점 희미해져 내가 앉은 이자리로 돌아온다.
왜 늘, 작년 이맘 때가 생각나는걸까?
나만의 것일까, 아니면 공통된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