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의 할머니

by HJ Eun


매일 똑같은 자리, 자리라고 하기도 민망한 바닥에서 자잘한 야채를 팔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집근처에 나갈 일이 있으면 늘 마주친다.

몇 년전보다 훨씬 늙고 거무라진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본다.

내가 커피를 사서 할머니앞을 지나갈 때, 먹고싶은 걸 사서 걸어갈 때 이상하게 마음이 아려온다.

분명 할머니를 의식하고 있는데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

쳐다볼 수가 없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고,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우울에 휘감겨있을 때 그 할머니를 보았다.

아주 밑바닥을 쳤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야 막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난 극단적으로 말하면 젊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사회적 불구나 다름없다.

아마 괜찮아질 시간은 충분하겠지만.

난 정말 궁금하다.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사시냐고, 죽지못해 살아가거나 아니면 그리 사는 것이 익숙해지신거냐고.


아무런 소용없는 내 시간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숙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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