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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ㄲㅈㄲㅈ] 글을 잘 쓰는 방법 1.

by 문성준

[끄적끄적] 글을 잘 쓰는 법 1편


저는 글 봐주는 일을 많이 합니다.
집필 의뢰도 꽤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첨삭이나 윤문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글쓰기 코칭이나 강의 같은 것도 간혹 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어김 없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을 많이 접합니다.

오늘도 글쓰기 고자를 한 명 만나 얘기하다 보니 생각난 것들이 있어 주절주절 아무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글을 써 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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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쓴다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다.
아주 고전적인 연구이긴 하지만, 알버트 메라비안(Albert Mehrabian)이라는 박사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자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총량에서 "말"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7%라고 합니다. 나머지 93%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즉 제스쳐나 분위기, 상황 등에 의해 전달됩니다. 당연합니다. 생뚱맞게 "그건 좋아"라는 텍스트가 떡 하니 있다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우리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 외에도 무척 많은 것들이 필요하죠. 이게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의사소통에 전혀 장애가 없으면서도 글만 쓰면 이상해지는 이유는 나머지 93%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글은 이 나머지 93%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되기 때문에 애당초 말하는 것보다 대략 열세 배 정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애당초 글쓰기를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포기하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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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쓰기는 학습이 아니라 연습이다.
1번을 통해서도 아직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들께 드리는 두 번째 말씀은, 글은 학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건 사실 너무 당연한 건데 많이들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무슨무슨 글쓰기 교실이라든가, 어쩌고저쩌고 글쓰기 교본이라든가, 이런 건 그저 "참고"일뿐입니다. 이런 책이나 강의를 듣고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라면 이 수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할 턱이 없습니다. 문법을 잘 안다고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듯, 글 또한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오로지 연습입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몇 글자를 써 왔느냐가 필력의 바로미터입니다.
물론, 문법이나 작문법 등이 소용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문법을 아는 것이 영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도움은" 됩니다.
하지만 그뿐이죠.
무조건 연습입니다.
끝없이 써야합니다.
끈질기게 써야합니다.



3. 올바른 언어습관
이 부분은 제가 읽어본 어떤 작문법 책에서도 다루지 않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죠. 글은 결국 말을 문자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언어습관이 좋지 않은 사람의 글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평소의 언어습관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말이 잘못 되었는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자신의 글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잘못된 것을 모르니 고칠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논리적인 구조, 명확한 어휘, 올바른 조사 활용이 평소 언어습관에 녹아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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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장보다 사고력
글은 말을 문자로 옮겨 놓은 것이고, 말은 결국 생각을 언어로 바꾼 것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말을 잘 해야 하고,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각을 잘 해야 합니다.
여기서의 생각이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어렴풋이 머릿속을 떠도는 혼란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구조화 개념화 체계화 할 수 있는 논리적 능력이고, 나머지 하나는 감각이나 느낌이나 감정을 가장 적당한 묘사와 비유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둘은 따로 가지 않습니다.
둘 다 모두 혼란과 뿌연 모호함을 적당한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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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휘보다 조사
철수가 영희를 때렸다.
영희가 철수를 때렸다.
위의 두 문장은 어휘는 모두 그대로인데 다만 조사 두 글자의 위치만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의미는 완전히 반대가 되었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사실 어휘를 잘쓰는 사람이라기 보다 조사를 잘 쓰는 사람입니다.
어휘를 잘 쓰면 멋진 글이 되지만, 조사를 잘 쓰면 바른 글이 됩니다. 그리고 멋진 글보다는 바른 글이 우선이죠. 틀리지 않고 명확한 전달이 가능한 글을 쓸 줄 알게된
후에야 멋드러진 글을 쓰는 겁니다.
겉멋만 부리다 보면 6번에 쓴 인문병신체가 되죠.



6. 쉽게 쉽게 쉽게
인문병신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을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게 쓰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예컨대 "나의 텔로스는 리좀처럼 뻗어나가는 나의 시니피앙이 그 시니피에와 디페랑스 되지 않게 함으로써 그것을 주이상스의 대상이 되지 않게 콘트롤 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쓰는 것이죠.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진짜 어려운 경우. 물론 이 경우에도 쉽게 쓰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특히 지면의 압박이 있습니다. 한정된 지면과 시간 안에 써야 하기 때문에 글이 함축적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전문 용어를 풀어쓸 수 없으니 글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문제는 두 번째 경우입니다. 자기도 제대로 모르는 걸 쓰려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죠. 자신이 쓰고자하는 어휘, 구조, 주제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뭉뚱그리는 것입니다. 보통 모르는 건 애매하게 말하며 어물쩍 넘기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죠.
이런 글은 정말 최악의 글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 글쓰기의 정의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죠.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쓰는 것"입니다.
자기기만 하지 말고, 허세 없이 담백하고 며확하게 목적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용어나 구조를 일상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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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퇴고
번역투로 말해보자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바로 퇴고입니다. 헤밍웨이가 말처럼, 모든 초고는 쓰레기입니다. 개인적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데 들이는 노력의 총량을
10으로 환산한다면, 초안을 쓰는데 쏟는 힘이 1, 퇴고를 위해 쏟는 힘은 대략 6쯤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3은 생각하고 구상하고 구조를 잡는 것 등등이겠죠.
퇴고는 이제 더이상 못하겠다. 이거 한 번만 더 봤다가는 머리가 박살나겠다 싶을 때 네 번 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이제는 글의 용도와 매체가 다양화 되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글들도 많지만(대표적으로 지금 제가 쓰는 글 같은...) 글쓰기를 연습하는 단계라면, 아무리 짧은 글을 쓰더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치기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끝.



지금 그냥 잠들기 전에 누워서 쓴 거라 엉망진창입니다. 글을 잘 쓰는 법에 관해 말하는 글이 가장 엉망진창으로 썼다니..

죄송합니다.


퇴고를 좀 하고 올릴라고 했는데 도무지 귀찮아서....
그냥 올립니다.


다음에는 좀 더 실질적 스킬에 관하여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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