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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hoon Feb 04. 2021

RE: 홍상수 다시보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고 있다. 그동안 연출한 스물네 편의 장편영화를 모두 복습하기는 무리라 김민희 배우와 함께한 최근작 7편만. (분명 연속성은 있지만 김주혁과 이유영이 주연한 <당신자신과 당신의것>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만남은 감독과 페르소나, 또는 예술가와 뮤즈의 만남 이상이다. 이전에는 홍상수 감독 혼자 마일즈 데이비스처럼 밴드의 리더로 홍상수 월드를 창조했다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후는 홍상수와 김민희 듀오에 다른 아티스트들이 피처링하는 구성의 변주같다. 테마는 여전하지만 태도는 달라졌고 프로덕션은 가벼워지고 특유의 즉흥성까지 강해지니, 더 음악적으로 들리고 보인다. 영화 안팎으로 논란이 끊임없지만 둘의 영화를 앞으로도 좀 더 보고 싶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Right Now, Wrong Then, 2015)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2017)

클레어의 카메라 (Claire's Camera, 2018)

그 후 (The Day After, 2017)

풀잎들 (Grass, 2018)

강변호텔 (Hotel by the River, 2019)

도망친 여자 (The Woman Who Ran, 2020)




지금까지 3편의 영화를 차례대로 보았다. 극중 배경을 따라 가면 수원-독일 함부르크-강릉-프랑스 칸느까지 동행한 셈이다. 홍상수 월드의 고유한 특징인 '반복과 차이'를 개인적인 영화감상의 '처음보기와 다시보기'에 적용하니, 그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맞는 지금과 틀린 그때는 언제일까. 첫 관람때 엔딩 크레딧을 보며 생각한 테마는 그랬다. 결국 생각의 지금과 그때를 반복하다, 이게 현재와 과거라는 시제가 아니구나 싶었다. 어쩌면 우연과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순간들의 1,2,3,4... 다시 찍으면, 다시 살면 또 비슷한듯 다른 영화가, 다른 삶이 살아질거다. 마지막신에 축복처럼 내리던 눈은 <그 후>에도 행복한 후렴구처럼 다시 내린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화는 짧은 함부르크 챕터와 긴 강릉 챕터로 나뉘는데, 나는 함부르크만 기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의 방점은 그렇게 찍혀 있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다가오며 시간을 묻던 검은 옷의 사내는 해변가에 잠든 영희를 들쳐업고 퇴장한다. 고즈넉하고 쓸쓸한 죽음의 정서. <강변호텔>에서는 사내대신 여인들이 저승사자처럼 배회한다.


클레어의 카메라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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