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고 있다. 그동안 연출한 스물네 편의 장편영화를 모두 복습하기는 무리라 김민희 배우와 함께한 최근작 7편만. (분명 연속성은 있지만 김주혁과 이유영이 주연한 <당신자신과 당신의것>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만남은 감독과 페르소나, 또는 예술가와 뮤즈의 만남 이상이다. 이전에는 홍상수 감독 혼자 마일즈 데이비스처럼 밴드의 리더로 홍상수 월드를 창조했다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후는 홍상수와 김민희 듀오에 다른 아티스트들이 피처링하는 구성의 변주같다. 테마는 여전하지만 태도는 달라졌고 프로덕션은 가벼워지고 특유의 즉흥성까지 강해지니, 더 음악적으로 들리고 보인다. 영화 안팎으로 논란이 끊임없지만 둘의 영화를 앞으로도 좀 더 보고 싶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Right Now, Wrong Then, 2015)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2017)
클레어의 카메라 (Claire's Camera, 2018)
그 후 (The Day After, 2017)
풀잎들 (Grass, 2018)
강변호텔 (Hotel by the River, 2019)
도망친 여자 (The Woman Who Ran, 2020)
지금까지 3편의 영화를 차례대로 보았다. 극중 배경을 따라 가면 수원-독일 함부르크-강릉-프랑스 칸느까지 동행한 셈이다. 홍상수 월드의 고유한 특징인 '반복과 차이'를 개인적인 영화감상의 '처음보기와 다시보기'에 적용하니, 그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맞는 지금과 틀린 그때는 언제일까. 첫 관람때 엔딩 크레딧을 보며 생각한 테마는 그랬다. 결국 생각의 지금과 그때를 반복하다, 이게 현재와 과거라는 시제가 아니구나 싶었다. 어쩌면 우연과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순간들의 1,2,3,4... 다시 찍으면, 다시 살면 또 비슷한듯 다른 영화가, 다른 삶이 살아질거다. 마지막신에 축복처럼 내리던 눈은 <그 후>에도 행복한 후렴구처럼 다시 내린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화는 짧은 함부르크 챕터와 긴 강릉 챕터로 나뉘는데, 나는 함부르크만 기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의 방점은 그렇게 찍혀 있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다가오며 시간을 묻던 검은 옷의 사내는 해변가에 잠든 영희를 들쳐업고 퇴장한다. 고즈넉하고 쓸쓸한 죽음의 정서. <강변호텔>에서는 사내대신 여인들이 저승사자처럼 배회한다.
클레어의 카메라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