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내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건 적어진 수입도 불안한 미래도 아니다. 이보다 압도적으로 내 마음을 단번에 불행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 전 직장에서 나보다 일도 못하고 성격도 별로였던 A의 파격적 연봉인상 소식, 오랜만에 연락온 대학 동창이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을 시작해서 사업까지 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알고 싶지 않는데도 굳이 연락해서 듣게 되는,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잘 나가고 있다'는 부류의 이야기들 말이다.
반면에 워런버핏 옹이 하루에 100억을 벌었다는 소식에는 무감각하다. 인간이란 이렇듯 내 것인 줄 알았던 성공을 내 지인이 달성했다는 소식에 속이 쓰린 존재 같다. 과거에는 나와 동일선상에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와는 현저하게 다른 처지가 된 것 같은 현실에 벼락 실패자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 모든 비극은 사실 비교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많은 정신건강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이 행복해지려면 남과의 비교를 멈추라고 조언하지 않던가. 하지만 나는 이 조언은 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평생 비교와 경쟁 속에서 살아온 대한민국 사람에게 갑자기 비교하지 말란다고 비교가 뚝 그칠 수 있을까? 그래서 비교하지 말라는 말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 3가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나는 없는데 상대는 가진 것은 모두 '꼴'에 해당된다. 특히나 내가 간절히 원했는데 얻지 못했으나 상대방은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가령, 나는 직장이 없는데 상대는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 나는 결혼을 못했는데 상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 나는 수입이 없는데 상대는 나날이 자산이 증식되고 있는 것 등등...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남이 잘되는 꼴을 못 견디는 것이다.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행운을 얻을 수 있지?'라는 판단하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상대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이것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 꼴을 봐줄 수 있어야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생에서 나의 기준을 내가 잘되는 것에만 맞춰놓으면 평생 불행감이 따라다닐 것이다. 내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에 처한 나를 인정하고 용납하며, 나의 부족한 꼴과 타인의 행복한 꼴을 봐주자.
'내가 전에는 연봉이 얼마였는데...', '그때 회사를 관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렇듯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정신을 좀먹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자책하는 마음과 함께 죄책감마저 느끼게 된다. 과거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하고 그곳에서만 맴돌게 만든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후회가 떠오를 때는 과거와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이미 지나간 일이다. 말 그대로 내 결정과 선택이 좋았든 나빴든 좋은 경험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쌓인다. '결과가 내 기대와는 달랐지만 나는 이러한 경험을 해봤어.'라고 과거 폴더에 정리하자.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해온 나는 앞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과거의 경험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처음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타임스 스퀘어나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사람들이 남들에게 놀랍도록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시선'에서 알 수 있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 중에 두리번두리번 남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마주 오는 사람의 얼굴을 슬쩍 보며 걷는 사람이 없었다. 그게 더 확실해진 건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자리가 꽉 차서 서로를 마주 보는 상황이었는데 그 많은 사람 중에 상대방을 힐끔거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선을 흘러가는 대로 두지 않고 어딘가에 그것을 정해서 두고 있었다. 당시에도 핸드폰은 있었지만 아무도 폰을 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준은 '남'에서 시작된다. 내가 남과 비교해서 뒤쳐졌는가? 그럼 내가 가진 것은 갑자기 초라하고 무의미해진다. 남보다 뒤지지 않기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매번 남들의 상황을 바쁘게 체크하고, 뒤처지지 않게 재빨리 행동해야 한다. 나는 그게 길거리를 걸을 때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얼굴이나 모습을 계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쟤는 이게 있는데, 나는 없어'가 아니라 '나는 이게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아주 당연한 것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것일 수 있다. 가령, '나는 걸을 수 있어', '나는 가족이 있어'와 같이 내가 성취하지 않은 것부터 시작해서 '나는 점심을 사 먹을 돈이 있어', '나는 오늘 저녁에 따뜻한 침대에서 잘 수 있어'와 같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우리의 상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