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방향이 맞는다면 1도씩만 움직이죠

프로그래밍 경영: 알고리즘

by 달박상

MZ의 시선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아들은 회사를 인수하고, 몇 가지를 먼저 결정했다.

그중 하나가 탈출 조건이었다.

몇 년간의 성장률, 몇 퍼센트의 하락, 몇 개월의 연속...

그 ‘몇’이라는 숫자의 유기적 결과가 '탈출의 조건'이었다.


탈출이 가능한 코드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결과는 자동화되어 메인화면에 기록되었고

모든 직원에게 공개된다.

그 화면은 때로 우리를 으스대게 하고,

때로는 반성하게 했다.


MZ대표는 말한다.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은 20% 정도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나온 수치는 아니고—

신규 문의 상담에 언급되는 키워드와

등록률, 기존회원 설문 등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입니다.

저는 지금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여러 사례를 들며 의견을 같이 했고

대표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이제 올바른 방향을 찾은 것 같으니—

반복의 힘을 믿고, 1도씩만 움직이죠."


목표가 '원'이라면, 직선을 1도씩만 반복하는 걸로 충분하다.

작은 변화는 처음에는 티도 나지 않지만,

반복이 쌓이면 전혀 다른 지점에 도달한다.

반대로 방향이 잘못되면 위험하다.

1도의 오차가 반복될수록, 그 결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어긋난다.

결국 방향이 올바를 때에 누적은 성장으로 바뀐다.

MZ대표는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강조한다.

"그래서 반복도 설계되어야 합니다."


올바른 방향인지 어떻게 알아요?

한 직원이 물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판단하는 장치가 필요하죠.

그 장치는 데이터에서 얻습니다."


대표는 업무관리툴의 다양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화면을 보여준다.

"데이터는 언제나 우리에게 신호를 줍니다.

전 이런 식으로 수식을 만들어 매일 피드백받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호를 잘 읽을 수 있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숫자는 너무 어렵다며

그걸 믿고 신호가 맞는지 어떻게 판단하냐고 툴툴거렸다.

"반복문을 돌리기 전에 수식을 점검해야지.

그렇다고 가보지도 않고,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실패하면 디버깅하고, 다시 수정하면 되는 거지.

그게 내 일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MZ대표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왜냐고 넌지시 물었다.

"제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겁먹으면 능력의 10%도 발휘 못하니까—"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겨우 23살...

저렇게 센척해도 사실 무서웠던 거다.


다음날 회의에서,

MZ대표는 우리의 가치를 표면화할 시기라고 했다.


그것은 어렴풋이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또렷하게 ‘명명'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전략적으로 브랜딩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선택한 도구는 분기마다 발행되는 소식지였다.

우리는 소식지의 구성을 단순한 보고 형식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장치로 치밀하게 재설계했다.

교사 연수와 학생 연수, 성과 보고 같은

대외 활동을 전면에 배치했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응되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라는 프레이밍은

고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고,

우리가 '제시한 문장 그대로'

바이럴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방향이 맞는지 알려주는 대시보드는

여전히 청명한 푸른빛이다.


MZ대표의 경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에 내가 운영하던 방식은 잘될수록 힘든 구조였다.

마이너스로 가는 로직...

방향이 틀렸으니 점점 지쳐가는 것이 당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센터를 운영하는 내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 루프에 갇힌 것처럼 느꼈었다.


사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날마다 마주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매시간, 매일 해야 하는 것과

매주, 매 달 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 22년을 넘어가면서—


"언제까지 해야 하지?”

끝없이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만두는 날을 꿈꿨다.

그랬다. 내 목표는 '그만두는' 것이었다.

심지어 코로나팬데믹이 휩쓸던 때에도,

합법적으로 일을 쉴 수 있음을 기쁘게 느꼈다.

그럼에도...

같은 일을 하는 시간이 길수록, 그만둘 용기는 점점 옅어진다.


잘못 짜인 무한루프는 시스템을 파괴시킨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1도의 지속적인 변화가 삶을 파괴할 수도,

목표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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