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경영: 알고리즘
당시 우리는 파일럿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센터에서 진행하던 경제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대로는 아직 너무 어설픈데... 괜히 욕만 듣는 거 아냐?
나의 우려에 대표는 단호했다.
"완전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려면, 1년이 지나도 못한다.
그래서 아니면, 그때 엎자고?"
그래도 난 아닌 것 같아.
요즘 애들이 얼마나 바쁜데—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뭐가 문젠데? 무료체험이고,
새로운 교육을 먼저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데
오히려 좋아하겠지."
괜히 첫인상이 나빠질 수도 있잖아 라며
지지 않고 맞섰다.
MZ대표의 표정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하라면 그냥 하죠. 리스크는 내가 집니다.
그리고 아닌 이유를 찾는 시간에—
차라리 완전해 보일 방법을 연구하세요."
네네, 대표님이 하라는데 해야죠.
나는 빼딱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몇 주 후, 대표가 메일 화면을 캡처해서 보냈다.
저명한 교육학 교수께서 직접 보내주신 메일이었다.
대략 내용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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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로그램은 교육적으로 매우 우수하며,
미래 세대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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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해당 교육의 홍보에 사용해도 좋다는
추천과 허락이 담겨 있었다.
아는 교수님이냐고 물었다.
"코로나 때 대학 들어가고 바로 휴학했는데,
아는 교수님이 어디 있어?"
논문을 일일이 확인하고, 우리 교육가치에
공감할 만한 분들께 메일을 보냈지만
수신 확인도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직접 전화를 하고, 찾아가기도 했단다.
왈칵 눈물이 돌았다.
익숙하지 않은 길 위에서
얼마나 부단히 애를 썼을까.
'대표'라는 자리는
완벽하지 않은 시도라 할지라도,
우리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일럿 서비스의 현실화는 결국 무산되었다.
AI 서비스의 연령 제한 정책(13세 이상)과
헤드셋 설치 비용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의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고도 넘쳤다.
우리의 실패는 불가능을 증명한 게 아니라,
가능성을 깨운 신호였다.
파일럿 수업이 끝난 뒤,
그 어느 때보다 감사 인사를 많이 들었다.
그제야 알았다.
지금 부모들도 새로운 지식과 문화에 열려 있는
MZ라는 사실을—
행사가 끝나고, 미안한 마음에
대표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내 고집대로, 파일럿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그렇게 반대했는데,
역시 우리 대표님, 결단력 대단하다.
MZ 아들이 씩 웃었다.
"대표가 직원 마인드면 안 되지.
왜냐면 직원은 리스크를 지지 않거든."
마인드는 결국 '알고리즘'의 차이다.
나는 "안 되는 이유"를 찾는
알고리즘을 작동시켰다.
리스크를 회피하고, 완벽함을 기다리며,
실패 가능성을 먼저 계산했다.
반면 대표는 "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알고리즘으로 움직였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되 실행을 먼저 하고,
피드백을 받아 방향을 수정하며,
실패의 리스크를 짊어졌다.
같은 상황, 같은 정보 앞에서도
어떤 알고리즘으로 사고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대표는 반드시 '대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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