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그림자

존재와 환영 사이

by 달박상

“너 정도면 성공한 거야. 도대체 왜 사표를 쓰려는 거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였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첫 사회생활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서 시작한 그녀였기에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어서….’ 라며 말을 시작했다.


“성공의 길?

너도 덫에 걸린 거야. 스스로 만든 덫 말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은 단지 들은 이야기일 뿐이야.

그것 자체가 환상이라고.”


몇 차례의 설득에도 변하지 않는 그녀의 고집에 나는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그래, 그것도 신의 뜻이겠지.”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녀에게 엉뚱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신이라고? 내가 온전히 믿어 줄때 신인 거지.

그동안 신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신을 믿고 있다’는 그 생각 자체를 믿고 있었던 거야.”


그녀가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좀 전에 지나간 파란 꽃 군락 봤어?”

"아니. 왜?"


그녀는 뭔가 설명하려다 그만두었다.


"… 내가 설명해봤자. 그냥, 환영일 뿐이지.”

“그야. 뭐... 그렇겠지.”


퉁명스런 내 대답에 그녀가 발끈하며 쏘아붙였다.


“네가 말하는 성공의 신도 마찬가지야.

관념의 성공, 관념의 신일뿐이지.

그런 것이 있다면 내게 느껴지겠지. 현실로 말이야.”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가슴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알 수 없는 구멍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그녀와 몇 통의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중 하나의 글귀가 지금, 가슴 속에 조그만 싹을 튀우고 있다.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면 밖을 나가 고개를 들어보면 돼. 날씨가 흐리다면 다른 날에 또 고개를 쳐들면 되지. 다른 사람들이 설명하는 푸른 하늘은 그냥 전설 같은 거야. 그건 결코 너의 하늘이 될 수 없어.“


그녀의 말이 맞았다.

보지 못한 꿈은 꿀 수 없다.

나는 이제야 내 눈으로, 처음 하늘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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