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경영: 리스크와 디버깅
20년간 수기로 작성한 회비 장부를 본 MZ아들은 경악했다.
무료부터 제값까지, 무려 열여섯 가지나 되는 회비 종류와 범위 때문이었다.
"도대체 회비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데?"
"다 이유가 있지. 안 됐잖아. 애는 좋아한다는데... "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어서.
시어머니가 입원하셔서.
갑자기 형편이 안 좋아져서—
주식으로 쫓기는 신세라서.
오래 다녀서.
누가 누가 소개해줘서.
누구 손주라서, 아들이라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아들은 하루를 꼬박 생각하더니, 다음 날 나에게 말했다.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는데—
정은 공정을 침해하는 큰 오류라는 거다."
"어?"
"'정'이라는 것 자체가 객관성이 없으니, 공정도 없지.
누구는 제값을 내고, 누구는 할인해서 내고, 누구는 무료다?
이건 오류다. 아니면 '정'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데이터로 주던지."
'정'이라는 서비스?
그는 감정을 배제하라는 게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정'을 주고 싶다면 예산을 정하고, 기준을 만들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거, 그것이 진짜 공정이라는 것이다.
"바로잡읍시다. 지금 당장—"
MZ대표는 예외에 해당되는 두 가지 회비 구조를 제시했다.
그리고 '정'으로 할인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를 정했다.
"이 범위 안에서 할인을 유지하세요.
범위를 벗어난 경우는 정상 회비로 바로잡으세요."
"이걸... 어떻게 말해."
내 반응에 MZ대표는 날을 세웠다.
"○○○씨. 하라면 하세요.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겠죠.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회비가 싸서 다닌 거구나—
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할 기회입니다."
회비 대수선이 있은 후에,
몇몇이 남았고 여럿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그들 중 또 몇몇이 그만두었다.
20년 간의 '정'은 버그였다.
누군가에게는 특혜였고, 누군가에게는 불공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버그를 '선행'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
탁탁 탁탁—
아들의 톡 알림음인 목탁소리이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 아들.]
내게 리스크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쌓인 작은 예외들의 누적이며
타협의 결과이다.
지금 나는 감정 속의 불공정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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