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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Oct 12. 2020

왜 슈가맨에 안 나왔어요? | '보이클럽' <초록비>

청량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던 보이그룹

슈가맨 시즌 1과 2를 이어가면서 내심 기대를 했던, 보고 싶었던 가수가 있었다. 3인조로 활동했던 보이클럽(Boy Club)이 그 주인공이며 오늘 그들에 대해서 짧게나마 써보며 추억을 하고 싶다.


우선 보이클럽은 홍석준, 백민우, 변상현으로 구성된 댄스팝 스타일의 노래를 부른 3인조 그룹이다. 처음 데뷔는 2001년 <Always>로 했으며 다음 해인 2002년 멤버 교체 후 <초록비>를 발표했다. 사실 그들의 데뷔와 활동엔 이렇다 할 활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차트 상위권 진입은 물론이고 당시 슬슬 시동이 걸리던 '가수 데뷔 - 예능 출연 - 인지도 상승' 이런 공식의 활동을 하는 멤버도 없었기에 조용한 활동을 했고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관련 자료도 충분하지가 않다.(그래서 위에 보이클럽 멤버 이름을 적었지만, 홍석준 외에 백민우와 변상현은 이름과 얼굴을 매치할 수조차 없다는...)


그렇게 약 2년 정도의 활동을 끝으로 더이상 그들의 노래와 무대는 볼 수가 없었고 그저 흘러가는 수많은 그룹들 중 하나였고, 그들을 아는 사람들 역시 그냥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 보이클럽의 첫 번째 타이틀곡 <Always>의 기억은 꽤나 강렬했다. 당시 유행하던 팝 스타일의 댄스곡이었던 노래는 도입부 멜로디부터 사비까지 이어지는 구성에서 한번 듣고도 '좋다'라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고,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세 멤버의 청량미 느껴지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지금보면 왜 저때는 다 저랬을까 싶은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로드무비 형식의 뮤직비디오 장면이 그들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기도 하다.

https://youtu.be/usWxhLyAdgA

보이클럽의 데뷔곡 'Always'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라이브 무대에서도 꽤나 높은 데시벨의 소녀팬들의 함성이 들렸던 기억도 있다. 당시 차트 순위에서도 40위 후반이었다가 다음 주에는 30위권으로 진입하면서 어느 정도의 인기는 있었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지금 봐도 나름 괜찮은 페이스의 세 남자들이었기에 어찌어찌 했으면 큰 인기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이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는 바로 2집의 타이틀곡 <초록비>가 아닐까, 1집에서는 메인 보컬로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준 홍석준이 노래의 중심을 잡아주고, 홍석준에 비해 고음의 스타일을 구사하는 멤버의 목소리가 메인이 되어 조금은 어설프지만, 소년스러운 목소리로 청량함이 전해지는 곡이다.

https://youtu.be/zXR4Pk83Vcs

현시대 기준 나름 명곡 대우를 받는 2집 타이틀곡 '초록비'

이 노래에 대해 조금 TMI를 풀어보자면,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그룹 '비쥬'의 주민이 작곡했으며 추후 2003년 '비쥬'의 이름으로 다시 부르기도 했다.


어쨌든 <초록비>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좋고 요즘처럼 90년대 2000년 초반 음악이 다시 활발하게 공유되는 시점에서 '보이클럽'을 아는 사람들에겐 그들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음악이기도 하다. 비내리는 초여름 선선한 바람을 통해 풀잎의 향이 느껴지게 만드는 이 노래는 당시엔 크게 주목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그들에겐 큰 아쉬움을 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보이클럽'을 대표하는 위 두 곡 <Always>와 <초록비>는 당시 기준으로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사실 모르겠다. 지금 듣고 그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유난히 더 마음 깊이 가다오는 것인지 아니면, 당시에도 노래는 참 좋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인지는 지금에 와서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두 곡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음악이란 이런 것 아닐까 라는걸 가수의 실력과 인기 등등 모든 요소를 다 고려하지 않고 그저 노래를 노래로써 듣고 느껴봤을 때 나에게 좋은 느낌을 주거나 기억하고 싶은 어느 한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그때를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면, 누가 뭐라해도 나에겐 좋은 노래, 좋은 가수이다.


'Think I`m always in your life~'로 시작하면서 도입부부터 설렘을 주는 경쾌한 댄스팝 <Always>

'초록비 저 세상 너머 내 삶이 멈추는 마지막까지 함께해줘요, 다만 내가 그댈 잊어 버리면 그대도 날 잊어요'라는 참 예쁜 가사들의 향연이었던 <초록비>


비록 그들을 기억하는 노래는 두 곡 뿐이지만,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찾고 싶고 듣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슈가맨에 나오길 계속 기대했는데, 결국 답변이 없었던 그룹 '보이클럽' 쌀쌀함이 밀려오는 가을 저녁밤에도 듣고 있자니 괜히 울컥함을 느꼈던 그들의 노래에 나처럼 응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TMI: 멤버 홍석준은 보이클럽 이전에 아이돌그룹 '엔파이브'(N'five)의 메인보컬로 데뷔했었다. '엔파이브'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라는 타이틀곡으로 데뷔했으며, 이 노래는 인터넷과 컴퓨터에 갖혀 사는 시대를 비판하는 노래로 찾아 들어보면 생각보다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 아이돌의 데뷔 타이틀곡은 사회 비판을 해줘야 하는 게 국룰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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