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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면 책상이 없어지잖아

한 달 살기는 무리인 직장인의 2주 태국

by 문돌이 Jan 29. 2018

 'OO에서 한 달 살기'라는 주제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대학시절에는 학비와 용돈을 벌기에 바빴다. 아니, 그 와중에 번 돈을 탈탈 털어 인도에서 영어연수를 받았으니 어울린 적도 있는 듯하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한 달 살기는 이제 꿈이 되었다. 어째서? 1년 동안 근무하면 생기는 휴가는 15개니까 한 번에 몰아 써도 최대는 3주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여러 조직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한 달 동안 휴가를 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3박 4일의 짧은 해외여행을 마치고 자괴감 넘치는 상태로 탄 비행기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한 달 동안 해외에 머물렀다고 했다.


 이제 와서 선생님이 될 수는 없으니 난 틀렸나 보다.

출처 : https://pixabay.com출처 : https://pixabay.com


 다음 여행에선 프리랜서로 일하는 IT 개발자를 만났다. 그는 원격으로 일하기 때문에 어디서 일하든 상관이 없다고 했다.


와 개발자가 되면 출근하지 않고도 먹고 사는구나!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프로그래밍을 배워 개발자가 됐다. 새로 들어간 회사는 1년에 휴가가 20개다. 산술적으로는 한 번에 다 쓰면 한 달 살기가 가능해졌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3년 차가 되었지만 한 달 동안 휴가 가는 사람은 없었다.


 외국 직원들도 보통 2주나 정말 길어야 3주 휴가를 쓰는 편이었다. 그것도 외국인이라 최대 3주가 가능한 거지 한국 직원들은 2주를 최대로 잡는 경우가 많았다.


 2주도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하면 사실 맞다. 나도 전 직장에선 여름휴가로 1주일 쓰는 걸 제외하면 장기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다. 채용 면접에서 우리 회사는 2주씩 휴가를 몰아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장점으로 이야기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2주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휴가는 무언가 걸림돌이 있다는 말이겠지.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누군가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고. 나는 한국에서 사회화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지금까지 보고 배우고 상호작용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내보면, 한 달이나 휴가를 쓰는 건 반 사회적인 행동이 된다. 해외에서 한 달을 살고 오면 내 책상이 남아 있을까?라는 걱정도 당연해진다.


https://pixabay.comhttps://pixabay.com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언제나 최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전 회사에서 최대 1주일 가능했던 휴가를 이제 2주까지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아무리 여행은 사진이 남는 거라지만 사진만 찍고 허겁지겁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여행은 싫다. 좀 더 느긋하게 나라, 도시, 건축물 또는 상징물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음미할 수 있는 여행을 원한다. 다만 회사에 있는 내 책상이 없어지지 않는 걸 전제로 한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얻은 첫 2주 휴가지는 태국으로 정했다.

기대했던 대로 여유가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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