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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10주년을 자축합니다

브런치, 벌써 10년

by 문돌이

2016년 1월 6일. 브런치 작가로 첫 글을 발행한 날이다. 엄밀히 따지면 아직 10년에서 약간 모자란 시간이지만 무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에서 몇 달 정도 빠진 건 애교로 넘어가달라.


2015년 브런치의 태동을 기억한다. 그저 취미로 글을 쓰던 20대 후반의 나에게 너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브런치의 손길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동안 썼던 글을 다듬어 브런치에 한 편 한 편 올리기 시작했다. 어떤 글은 아무 반응이 없었고, 또 어떤 글은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의연한 척하려 애썼지만 마음 한편에 나도 진짜 작가가 되는 건가?라는 두근거림이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이미 브런치 작가인데 또 어떤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걸까? 어느 순간 글쓰기를 좋아하던 초심은 잃어버렸고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책을 내는 출간 작가가 되고 싶었나 보다.


출간 작가가 되겠다는 욕심이 생기자 글에는 과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 게 아니라 발행한 글을 더 많이 봐주길 바라는 과욕이 생겼나 보다. 그때부터였다. 브런치에 글 하나를 발행하는 게 고통스러웠던 건.


토하는 심정으로 발행한 글은 어떻게든 하나씩 쌓여갔지만 원하는 출간 제의는 받지 못했다. 출간 도서가 없는 작가는 작가가 아닌 걸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하면, 브런치를 모르는 사람 절반과 서점에서 작가님의 책 살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정확한 비중은 기억나지 않지만 얼추 반반이었던 것 같다.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을 하기 어려워 다른 일을 했다. 어쩌면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져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현실의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작가의 꿈을 내팽개쳐두었을 수도 있다. 회사 생활이 힘들 때마다 가끔은 현실을 도피하듯 글을 썼다. 꾸준히 쓰겠다는 결심은 작심 삼일로 무너지기 일쑤였지만 브런치는 10년 동안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글을 쓰는 작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브런치는 어느새 열 살이 되었고, 20대 후반이었던 브런치 작가도 열 살을 더 먹어 30대 후반이 되었다. 혈기왕성하던 20대와는 달리 조금이라도 성장한 점이 있다면 힘을 빼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어떤 주제든 마음 가는 글감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10년 동안 발행한 과거의 기록은 여전히 브런치에 남아있고 지금 쓰는 글도 켜켜이 쌓여나갈 거다.


브런치 10주년, 나의 브런치 작가 활동도 10주년이다. 다음 10년도 함께할 브런치와의 동행이 더욱 기대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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