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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y 08. 2017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드디어 퇴사 결심한 지 100일이 지났다. 수 없이 되뇌었던 퇴사 결심을 실천으로 옮겼고 어설프게 하반기 공채에 도전해 실패도 겪었다. 일본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고 글을 쓰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기도 했다. 100일간의 자아성찰 시간은 IT 개발자라는 목표를 세우는데 결정적이었다. 지금 개발자로 일하고 있으니 결국 목표도 달성한 셈이다. 

 

 수학은 좋아했지만 과학을 너무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고 인문학을 전공했다. 공부로써의 인문학은 즐거웠지만 취업에 대한 고민 끝에 상경계열을 복수 전공했다. 운 좋게도 두 번째 본 면접 만에 대기업에 덜컥 합격해서 회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목처럼 1년을 조금 넘기고 퇴사를 감행했다. 



 주변 사람들은 멀쩡한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뭐하고 살 건지 물었다. 당장 답은 없었지만 무작정 나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더니 반응이 좋지 않았다.


차라리 회사 다니면서 준비를 하다가 그만두지 그랬어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할 정도로 여유 있는 회사는 절대 아니었다. 이윤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회사가 매일 '칼퇴'하는 직원들을 그냥 둘리가 없다. 10시간 걸리는 일을 초집중해서 8시간 만에 끝내면 또 다른 2시간짜리 업무를 부여받는 것을 종종 봤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문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문과가 대세였다. 전체 10개 반 중 이과는 3개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 문과를 선택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공부를 못하는 자녀들에게 공부를 하지 않을 거라면 기술이라도 배우라고 말했다. 지금은 쓸데없이 문과를 선택하지 말고 평생 써먹을 기술을 배우라고 한다. 그렇다면 10년 후 미래를 읽지 못한 잘못일까?  


 20대 후반의 나이를 먹는 동안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게 잘못이었다. 


남들도 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쌓아온 스펙은 필요가 없었다.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자격증 공부도 했다. 토익 점수로 부족해 스피킹 시험을 보고 제 2 외국어도 손을 댔다. 각종 공모전에 참가하고 봉사활동도 했다. 대외 활동도 몇 개씩이나 하고 나니 이력서의 모든 항목을 채울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력서의 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완료하다 보니 이력서가 완성됐다는 점이다.


 취업 준비생에게 꿈을 물으니 가고 싶은 기업을 말한다. S사, H사 등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게 꿈이라 한다. 혹은 공기업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 입사는 꿈이 아니었다. 물론 합격의 순간, 입사 순간은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이상으로 기쁘다. 신입사원 교육도 피곤하지만 즐겁다. 


 사원증을 처음 목에 걸면서 자부심도 느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기업 입사는 꿈이라기보다는 자립하는 과정이었다. 교육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이제 전쟁 시작이다. 입사한 회사에서 CEO가 되겠다는 부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2~30년의 과정이 필요하다. 업종과 회사 그리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기간의 차이는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 더 빨리 CEO가 될 수는 있다(사업의 흥망은 알 수 없음) 



 필자가 100일 간 고민한 결과는  IT 개발자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창하지만 좀 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도 정했다. 관련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해외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버킷리스트도 과정에 불과하다. 세계를 꿈꾸려면 외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퇴사 결심 후 작성한 100일의 이야기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과분한 관심도 받았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눈 앞에 있는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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