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심이 많다. 내가 갖고 싶은 건 열심히 노력해서 가지려는 편이고, 만약에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진즉에 욕심내지 않거나 포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왠만한 건 내가 원하는 대로 가졌고, 또 해왔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정말 갖고 싶지만 가지지 못하는 게 딱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딸.
나는 아들 둘 엄마이다. 첫째를 가졌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뱃속 아이가 아들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내가 너무 여자여자해보이지 않았나 ;;; 역시나 모두의 예상을 적중하며 아들 탄생. 첫 아이는 모든 게 신기하고 얼떨떨해서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큰 아들을 키우면서 보니! 정말 남자아이는 여러모로 달랐다.
일단, 태아보험부터 남아와 여아와는 달랐다. 보험료가 남자아이가 더 비싸다는 점. "오잉? 왜 비싸지" 남아들은 위험 사고가 날 확률이 많아서란다. 그 때는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키우고보니! 당연히 그러해야했다! 큰 아이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매우 활동적인 스타일이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꾸 움직이고 돌아다녀서 어렸을 땐 쫓아다니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커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서 집 안에서도 소파 위 점프는 기본이며 자꾸 집안에서 런닝을 하는 통에 우리 집에는 아직도 거실에 두꺼운 매트가 깔려 있다. 또한, 왜 그렇게 높은 곳에서 점프하는 걸 좋아하고 싸움 놀이를 좋아하는지.. 정말 여자들 숲에서만 살며 자라온 나에게는 이.해.불.가.였다. 그 외에도... 정말 말할 건 많지만 다음 기회에.
큰 아이가 아들이다보니,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마다 "둘째는 딸 낳아야겠네~"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사실 남편에게도 딸 키우는 재미를 주고 싶었고, 아기자기하게 꽁냥꽁냥 엄마와 소꿉놀이하듯 딸을 키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 커서도 엄마랑 데이트하고 평생 친구처럼.. 그렇게 나를 이해해주는 영원한 내 편인 딸이 갖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둘째는 정말 딸을 바랬었다. 진심으로. 그래서 속설처럼 떠돌아다니는 민간요법을 부지런히 실천하며 딸을 고대했는데...
임신 16주 초음파 사진으로 둘째 성별 확인하는 날, 왠지 모르게 아들일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을 누르고 누르며..진료를 받는데, 초음파 기기를 대자마자 누가 봐도 딱 알만한 고추가 똭!
의사선생님께서도 보자마자
아이구, 형동생 하겠네요.
나도 봤다. 또렷이 보이는 고추. 하지만, 못 본 척 하고 싶었는지 의사 선생님께 다시 물어 봤다. "선생님, 성별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요?"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 그럼..당연히 없지. 암요. 그 때부터 의사 선생님 말씀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고 머릿 속이 하얘졌다. 그렇게 산부인과를 나오면서 정말 엉엉 울었다.
나 아들 둘 엄마야. 엉엉
그렇게 언니를 잡고 엉엉 울었다. 아가야 엄마가 정말 너한테 미안한데 오늘 하루만 울게.
내가 아들 둘 엄마라니, 내가 그 목메달이라니.. !! 그 날 하루는 정말 너무 막막하고 슬펐다. 그 때부터 시작된 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아직까지도 계속 남아 있다. 물론 우리 둘째는 정말 이쁜 아이이다.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세상에 태어나줬고, 어려서부터 잘 먹고 잘 자고 순하고 어디 가서 적응도 잘 하고.. 정말 엄마 신경쓸 일 없이 잘 커줘서 너무나 고마운 아이이다. 그리고 둘째는 숨만 쉬어도 예쁘다는 말처럼, 그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보물같은 내 새끼다. 근데, 그건 그거고 딸을 갖고 싶은 마음은 또 달랐다.
내가 아들 둘을 데리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무심결에 하는 말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하는데.." 또는 " 아이고 딸 하나 더 낳아야겠어. 안 그러면 나중에 엄마 외로워."
사실 나도 안다. 사람들이 틀린 말 하는 거 아닐 거라는 거. 그래서 나도 딸이 갖고 싶다. 딸과 함께 있는 엄마를 보면, " 저 엄마는 좋겠다. " 부럽기 그지 없다. 근데, 내가 딸을 갖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가질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이런 불순한 마음으로 혹시나 셋째를 가진다한들, 그 아이가 아들일 때는 어찌 되는건가! 불가능한 걸 계속 꿈꾸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미련한 생각 버려야지 넘겨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딸에 대한 희한한 미련을 안고 있는 나.이 마음이 계속 되니 나도 한 번 따져보게 되었다. 대체 왜 나는 딸을 그리도 갖고 싶은가?
일단 첫째 이유는, 진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노년에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근데, 이런 생각 자체가 나이 들어 자식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겠다는 뜻인걸까?! 자식과 완전한 분리를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자체가 어리석었구나.
그럼 그 다음 이유는, 사실 사람들의 말들이 한 몫 했다. '엄마 고생하겠다'는 짠한 시선들이 참 싫었다. 근데, 나만 괜찮으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 시선까지 생각해야하나?
이런 식으로 딸이 갖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내 마음을 컨트롤하며 합리화한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니 그런 생각들이 처음보다는 옅어지고 있다.
아이고, 지금 애들이나 똑바로 키워라
라는 엄마 말마따나, 나는 지금의 내 아이들을 잘 키우기에도 바쁘고 벅차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우리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아들들, 미안. 엄마가 오늘까지만 투덜거려볼게~~
이제는 못난 마음들 접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예쁜 우리 아들들을 잘 키우는 데 집중해야겠다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