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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가든 Mar 09. 2023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찰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생각 - 비판적 읽기와 쓰기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이 고사성어가 ‘디자인’이 시작된 이유를 잘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클로저>, 사랑은 볼 수 없기 때문에 확인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다.



유치원 때 매일 그림일기를 썼다. 나는 그림일기를 정말 좋아했는데 글씨 칸에서 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편지를 쓸 때도 글만 쓰지 않았다. 생일 축하할 때는 편지 봉투에 3단 케이크를 크게 그렸으며 편지 내용에 따라 슬프면 우는 얼굴을, 애정을 보여줄 때는 하트를 그려 넣었다. 그것으로도 마음을 전달하기 부족할 때는 각종 모양의 스티커를 이곳저곳 붙여가며 편지지를 장식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오직 말만으로는 타인에게 자기 생각과 무언가의 의미, 혹은 가치를 전달하기 어려워서 디자인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친구에게 3단 케이크를 사주지 않더라도 3단 케이크만큼 축하한다는 표현을 극대화해서 받는 사람이 나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디자이너의 역할

그래서 나는 디자인을 ‘전달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는 디자인하는 주체가 결정한다. 이러한 주체를 디자이너라고 말하며 나 또한 지금까지 디자이너로서 대중들에게 보이는 많은 시각적 자료를 만들어냈다. 디자이너라고 해서 꼭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등의 툴을 사용하여 시각적인 것만 전달하는 역할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전달할 때 두 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고 차로 갈 수도 있으며 수령자가 멀리 있을 땐 배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전달할 때 물건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설명 종이를 같이 건넬 수 있고 물건에 대해 얽힌 추억을 쓴 쪽지를 붙여줄 수 있다. 모든 것이 전달자의 마음이다. 



최근 투표 중인 서울 브랜드 슬로건. 각 슬로건에는 전달하려는 내용이 함께한다.


부산은 1안 'Busan is Good'으로 채택. 의미를 몰랐을 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부산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정말 부산 그 자체라서 모든 게 좋았다.


같은 내용도 디자이너(전달자)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한정할 수 없으며 이는 디자인의 범위 또한 한정할 수 없음을 뜻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의 의미는 단순히 심미적인 것을 창조한다는 개념을 넘어 개인이 전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온전히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내포하는 것이 확실하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디자인은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조형요소 가운데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들의 구성으로, 합리적이며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적 활동이며 그 결과 실현이 곧 디자인이다.’라고 한다. 이 정의는 ‘전달 수단으로써의 디자인’의 맥락과 상통한다. 디자인하는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해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기반으로 창조적 활동을 하는 것이 곧 디자인이며 디자이너는 이런 활동을 하는 전달자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출처 : https://hyony.tistory.com/922


큰 캔버스에 연필로 점을 하나 찍고 ‘디자인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행위가 예술이라고 불릴 수는 있으나 디자인이라고는 정의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예술과 디자인의 가장 큰 차이는 ‘철저히 계산되었는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점을 찍기 전에 무엇을 점으로 표현할지, 왜 하필 점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큰 캔버스 중 어느 위치에 어떤 도구로 점을 찍어야 하는지, 어떤 색으로 얼마만큼의 크기의 점이어야 할지 계산하고 찍어야 한다. 점을 찍은 예술가라면 이 과정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제목을 <점>이라고 쓰고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점을 찍은 디자이너는 다르다. 디자인한 의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디자이너에게 “왜 이렇게 디자인했어?”라고 묻는 답에 “그냥”이라고 답한다면 ‘전달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든 의미든 가치든 그 무엇도 전달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

이젠 이런 디자인을 보면, '의도적이라 재밌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어떤 디자인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어서 디자인은 어렵다. 무조건 심미적으로 우수하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 어딘가 흠이 있거나 불편하다고 해서 나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평소 디자인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딱히 그럴 기회도 없었던 것 같기도...) 그래서 아직 스스로 디자인을 평가하기 어렵기에 타인의 피드백을 중심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특히 주변에 피드백을 줄 선후배가 없고 대부분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듣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얻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ㅠ_ㅠ

이번에 브런치 작가로서 첫 글로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이 계기로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정의할 수 있었고 나의 디자인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전달자의 입장이 되어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며 첫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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