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고양이 마음

고양이 눈에 제압 당하다.

by 필력

고양이를 키우면서 참 고양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요새 사료를 새끼 때처럼 적극적으로 먹지 않는다.


희한하게 먹을 때 옆에 있어주거나 손에 사료를 놓아주면 잘 먹는다.


그냥 그릇에 사료를 넣어만 놓으면 잘 먹지 않는다.


어느 때 그냥 놔둬보면 하루에 한 번인가 두 번 먹을까 말 까다.


그런데 셋째가 집에 있으면 잘 먹는다.


칠월이 마음은 언제 사료를 먹을 마음이 드는지 참 궁금하다.


또 하나는, 항상 내 옆에 있고 나를 바라보면서도 막상 좀 친하려고 하면 도망가버린다.


등이라도 쓰다듬으려 하면 항상 화들짝 도망가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항상 내 옆에 몸을 닿고 잠을 잔다. 그렇게 옆에 있고 싶어 하면서도 너무 과하게 좋아하면 또 홀랑 도망간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고양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고양이지만 그냥 귀엽다. 너무 귀엽다. 그냥 보고 있으면 포근포근하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고양이를 몰랐을까.


며칠 전 하루종일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전날 떡을 너무 과하게 먹었다.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었는데 오랜만에 신나서 먹었다. 다음 날 여지없이 탈이 나서 하루종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시름시름 정신이 혼미한데 누가 내 옆을 왔다 갔다 한다.


잠깐 눈을 떠보니 칠월이다. 내 주변을 왔다갔다하더니 손등을 핥고 지나간다. 내가 그렇게 아파도 다들 관심도 없는데 오로지 칠월이만 나를 핥아준다.


참 그게 위로가 된다. 희한했다.


이 작은 생명체, 말도 못 하는 이 생명체가 뭐라고 위로를 주는 게 신기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얼른 일어나. 나랑 놀아야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내 주위에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를 아는 체를 하고 만지려고 하니 또또 침대 밑으로 화들짝 도망간다.


털 달린 이 말 못 하는 고양이가 위로가 된다.


그냥 옆에 있어 주는게 좋다.




칠월이를 쓰다듬고 즐겁게 노는 중이었다.


간질간질 등도 쓰다듬고 서로 즐겁게 노는 중이었다, 내 손도 핥아주고 서로 재밌었다.


저번에 얘기했듯 나는 좀 동작이 호들갑스러운 사람이다. 손으로 놀다가 내가 손을 좀 예측하지 못하게 움직였나 보다. 위험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칠월이가 나뒹굴면서 놀라는 목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나와 거리를 두더니 내 쪽을 바라본다.

억울했다.


'우리 사이 좋았잖아.'


동작이 호들갑스러울 뿐이었는데 그것이 우리의 '신뢰'를 일순간에 깨버린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는 정말 나를 한참을 바라본다. 정확하게 나와 눈을 맞추고 꾸짖듯이 한참을 바라본다.

지그시 아무 소리 없이 뚫어져라 바라본다.


'내가 잘못한 게 뭐지?'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고양이의 강렬한 눈빛에 제압당한 기분이 든다.


몇 주 전의 그 작은 잠만 자던 작은 생명체가 아니다.


내가 더 움찔하고 깜짝 놀랐다. 나는 요새 기가 아예 없는데 고양이 기에 눌렸다.


그새 쌓은 신뢰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방금 일어 난 일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 난 일이다. 나는 거실에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박명수랑 서경석이 나와서 재밌게 얘기하길래 빠져서 보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동작이 조심스럽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성격이다. 얌전하지 않다.


설거지할 때도 그릇과 컵을 수시로 깨먹는 사람이다.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밥을 다 먹고 그릇을 갖다 놓으려고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발을 호들갑스럽게 움직이다가 칠월이와 내발이 엉켜서 칠월이가 나가떨어졌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도망가는 칠월이다. 칠월이가 어느새 내 발 밑에 와 있었던 것을 까맣게 몰랐다가 일어 난 일이다.


나는 너무 놀랐다. 내발이 가해자가 된 것이다. 놀란 칠월이를 달래주러 거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칠월이를 찾아다녔다.


칠월이가 보이지 않는다. 칠월이가 많이 놀랐는지 꽁꽁 숨은 것 같다.


칠월이가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모를 텐데...사람이라면 사과라도 할 텐데.. 고양이다..


거실 커튼을 젖혀보니 칠월이가 있다.


"칠월아" 부르니 내 손으로 들어온다.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알아듣든지 말든지 사과를 한다.


내려놓고 한참을 있다가 또 안아서 쓰다듬어줬다.


아기고양이를 키우며 주의사항 중에 발 밑에 어느새 고양이가 와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나는 항상 발 밑을 확인하고는 했는데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 것이다.


칠월이가 오해 안 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샤워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 발 밑에서 쳐다보고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두 번째 놀랐다.


고양이 키우며 고양이 털이 제일 문제라고 했는데. 나의 조심성 없는 호들갑스러운 성격이 '복병'이다.


아직도 아까 칠월이가 소리 질렀던 소리가 들린다. 그런 소리가 나 올 줄 몰랐다. 고양이도 고통의 소리를 낼 수 있구나. 더욱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니 내가 거실에 있을 때는 칠월이와 같이 있지 말아야겠다. 미치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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