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대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2023. 5. 18 - 9. 10
호암미술관
김환기는 전후의 암흑과도 같던 열악한 여건에서도 하늘 보기를 쉬지 않았다. 그의 하늘은 일본과 프랑스, 미국을 넘어 세계를 향했다. 늘 그리움과 함께했던 타향의 그에게 하늘은 예술의 큰 원천인 동시에 자연과 삶, 세상을 품은 크고도 작은 점이었다. 이방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는 날마다 인내하며 어려움 속에서 집요하게 작업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그가 이런 고된 길을 자처하는 데에는 한국적 예술에 대한 굳은 신념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미술의 국제적 성장을 기대하며 이어온 40년의 한결같던 예술 여정은 끝끝내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었고, 그 점은 한국 추상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김환기의 작품은 그의 추상 의지를 쫓아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 의해 공들여 연구되고 논의되었다. 그럼에도 김환기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공명하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간 단편적으로 소개되던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한 자리에서 총체적으로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새롭게 정돈된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해석된 아름다움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편안한 감상의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1부에서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 형식이 성립되던 과정을 보여준다. 김환기 추상의 서막을 알린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의 자연으로 자연의 예술과 영원성을 표현한 다수의 초기 작업을 소개한다. 2부는 작가가 뉴욕 이주 이후 시도했던 고도의 추상화 과정과, 수많은 시도 끝에 진입한 전면점화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김환기의 점화를 세상에 처음 알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1970)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전시를 통해 보기 어려웠던 여러 초기작과 미공개작, 스케치북과 다양한 유품들을 일반에게 공개한다.
1956년 파리로 건너간 김환기는 한국적 예술을 더욱 파고들어, 항아리와 산 등 전통과 자연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서 조형의 변화를 시도했다. 이전의 직접적인 비유 대신 도자기 자체의 다양한 둥근 기형과 선반의 수평선을 조형 요소로 삼아 화면을 구성했다.
김환기의 유일한 벽화 대작인 <여인들과 항아리>(1960)는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발견된 작가 수첩을 통해 제작 연도가 1960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환기의 지우 김광섭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 별을 노래한 시 <저녁에>는 점화에 녹아들어 새로운 추상 세계가 열리게 했다.
전시와 연계하여 토크 프로그램과 작가연구 세미나 시리즈도 준비되어 있어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호암미술관 홈페이지: leeumhoam.org/hoam
글: 문혜인
사진: 조현아
자료: 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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