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는? 안정추구 VS 목표지향?
내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물건들이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난 참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면서 주말의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지난 주말은 굉장히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주말 오전 9시부터 처음으로 트레바리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을 참관했고,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처음 만나는 구성원들의 얘기에서 자극도 받고, 나의 생각도 조금 더 명료해지는 기분도 느꼈습니다. 좋은 기분이었지만, 일정에 따라서 정해졌던 탱고 수업을 참여하고, 저녁을 먹고 난 이후에 탱고가 얼마나 늘었는지 체크하면서 그다지 늘지 않았다는 부분에 좌절하고, 밀롱가 마무리를 돕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토요일 전철이 얼마나 빨리 끊어지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집 근처의 역까지 가는 마지막 전철을 타고,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나왔는데, 방향감각이 명확하지 않고, 인터넷 지도에서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차를 타고 갈까 택시를 탈까 우왕좌왕하다가 그 한밤에 30분 정도를 걸었습니다. 걷는 도중에 휴대폰은 꺼졌고, 밝은 날에는 명확하던 주변풍경이 밤에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아침 9시에 나와서 다음날 새벽을 넘겨서 무거운 짐을 들고 걷는데, 다리와 어깨는 아프고, 집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겨우겨우 새벽 1시쯤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너무 많은 경험과 자극으로 하루가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길어집니다. 짧은 내용으로 나의 감상을 명확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세부적인 일들까지 적어서 나중에라도 기억을 잘해야겠다는 현재의 나의 기억력에 대한 불신이 내 글도 더 길게 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장광설의 내 글들을 생각하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목적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170여편의 글을 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은 아니고, 처음에는 내가 글을 쓸 때는 글로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내가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그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서 스스로의 성장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이것 저것 찾아보며 노력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일상의 글 소재가 있을 때면 한두 번씩 쓰는 일기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읽을 독자들을 위한 글도 아니고, 홍보를 통해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너무 안일한 안정추구형 글모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브런치의 글들이 좀 꼴 보기 싫어졌습니다.
내가 가진 경험을 좋은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해 줄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욕망, 희망?)이 다시 올라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조언들, 좋은 글을 읽고, 많이 써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고, 어휘도 늘리고, 비유도 창의적으로 하고 등등 여러 가지 조언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안정추구의 글에서 목적지향적인 글을 쓰는 것으로 바꿀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누군가는 글쓰기가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지옥으로 느껴질만큼 치열하게 글을 고민하면서 써 보는 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는 자성도 하게 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최소한 하루에 한 페이지의 글은 써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