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2017)

<에드 용>의 미생물과학

by 무우니

에드 용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토록 굉장한 세계'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했고, 읽으면서 과학을 이렇게도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전작을 찾아보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항상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제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이 저자는 본인의 책의 제목이 어디에서 인용된 것인지를 명확하게 명시를 해놨습니다. 영문 제목은 '나는 군단을 포함하고 있다.(I contain multitudes)' 였습니다.

'나'라는 개념은 버리고, 늘 '우리'라는 개념을 생각하라. 월트 휘트먼 : "나는 대규모 군단을 거느린 대인배다. 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 (P13)

근래에 이 책을 추천했던 빌브라슨이 쓴 '바디'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은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라는 책으로 만난 유머와 글쓰기의 워너비인 작가입니다. '바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류의 위대한 지성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과학은 발전해왔지만, 찬찬히 생각하고, 많은 객관적인 책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저자의 설명의 범위는 생명의 탄생에서 세균으로 인한 개체의 행동, 특성 신체의 변화와 세균의 유전자조작까지 이어지는 굉장히 방대한 내용입니다. 미생물이라는 분야에 대한 전문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된 정보들을 이용해서 테피스트리를 짜듯이 우리가 도구없이 눈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해 냅니다. 이전의 저작(이토록 굉장한 세계)에서도 느꼈지만, 정말 많은 논문들과 연구자료들을 읽고 그 자료들을 어떤 하나의 스토리 구조에 짜 넣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미생물에 대한 'A to Z'>>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저자는 미생물이라는 분야를 세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일상생활 또는 주변환경에 대한 묘사에서 부터 카메라의 렌즈를 멀리서부터 서서히 중심으로 들어가듯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그 여정이 어떻게 보면 탐구여행과 같은 느낌이 있어서 저자를 따라 여기저기 미생물 생태계를 순간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가 있는 세상이 이전과 같은 곳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인식이 변하는 탐험을 경험합니다.

시카고 한복판을 통과하는 지금, 나는 똑같이 혼란스러운 관점의 변화를 경험한다. 내 눈에는 도시 전체가 '미생물이 우글거리는 하복부'처럼 보인다. 도시를 빽뺵히 뒤덮은 생물 군단은 ~~~ 미생물은 두려워하거나 파괴할 대상이 아니라, 보듬고 찬미하고 연구할 대상임을 잘 알고 있다. (P416)


이 책에서는 미생물을 세부적으로 분류를 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학술적인 부분보다는 스토리중심의 흐름을 중시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실제적으로는 미생물은 세균, 고세균, 진균, 원생생물, 바이러스의 5개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이 책의 주요 미생물 대상은 세균과 고세균의 얘기가 주를 이룹니다. 물론, 면역계를 대변하는 박테리오파지라고 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얘기와 단세포에서 공생의 시작이 되는 원생생물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단락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세계의 무수한 세균과 고세균들은 엄청난 스피드로 진화하는 동안에도 두 번 다시 진핵세포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눈에서부터 갑옷, 다세포체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구조체들이 여러 번에 걸쳐 진화했지만, 진핵세포는 딱 한 번 이루어진 혁신이었다. (P21)

지구상에 처음으로 생겨났던 생명체는 세균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세균이 고세균과 만나서 진핵세포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그 긴 시간을 들여서도 단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기적같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생명의 순서에서 단순하게 바이러스, 원핵생물, 진핵생물, 성의 분화 등으로 외워왔던 것들이 이렇게 단 한번 이루어진 혁신이었다는 문장은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희박한 확률로 태어나는 기적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하는 감동이었습니다.


미생물이라는 단어에 '작은' 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현미경의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는데, 최초의 발견은 1670년대 네덜란드 상인이었던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었다고 나옵니다. 그가 세균을 발견하고 난 이후 우리의 세계는 미시세계까지 확장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질병의 위험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이 의존하는 생물학적 힘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전쟁의 역사는 협동의 역사보다 늘 화려했다. 페스트, 콜레라, 황열은 소설, 연극, 영화의 단골 메뉴가 되었지만, 위나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용한 역할을 소재로 하여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든 사람은 없었다. (P66)

미생물에 대한 인식은 병원균과 동일한 채로 오랫동안 부정적인 이미지가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미생물 중에는 우리에게 해를 주는 것보다는 함께 공존하는 종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은 당신에게 새로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세상은 당신이 지금껏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장엄합니다. 마이크로피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P75)

이런 미생물과의 공존을 의미하는 용어에는 공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공생이라는 말이 태어난 시기의 과학계의 분위기는 경쟁이라는 프레임이 득세하는 시대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재밌습니다.

공생이라는 새로운 용어 ~~~ 편리공생자 ~~~ 상리공생자 ~~~ 여러 가지 형태의 공존이 모두 포함 ~~~ 이러한 개념들은 불행한 시기에 탄생했다. 생물학자들은 다윈주의의 그늘에서 적자생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 협동과 팀워크를 주제로 하는 공생 개념은 갈등과 경쟁이라는 프레임 안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거북하게 놓여 있었으며, (P60)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지도 몇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만큼 우리는 우리와 공생하고 있는 세균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적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세균이 없이는 생태계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알지 못하는 세균의 작용으로 우리의 음식물에 대한 선호가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가 보유하는 세균의 생태계가 바뀌기도 한다는 얘기들은 읽으면서 감탄을 참을 수 없게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한가득이고,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세심하게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만, 너무 많은 연구와 그로 인해서 파생되는 다양한 생각들을 어찌 정리해야할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내용이 포함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반자 관계는 거의 다 이런 식이다. 부정행위가 늘 도마에 오르며, 지평선 너머에는 언제나 배신이 도사린다. 겉보기에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어느 한쪽이 에너지나 노력을 별로 들이지 않고 동일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는 처벌당하거나 들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는 ~~ 1930년에 ~~~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공생 관계의 밑바탕에는 적의가 깔려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규제와 종종 정교한 조정이 없다면 호혜 상태는 유지될 수 없다. 심지어 인간사에 있어서도,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P138)

이 많은 내용중에 단 하나의 단락을 기억해야 한다면 위의 문장이라고 생각됩니다. 미생물과 동물들은 서로 공생합니다. 하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반자 관계는 한시적이고 언제든지 서로 좋은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됩니다. 좋은 세균도 나쁜 세균도 구분할 수 없습니다. 단지, 상황에 맞는 세균과 맞지 않은 세균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몸안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서도 적절한 규제와 정교한 조정이 없다면 호혜 상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인식시켜야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한 사람의 분료를 장내에 교체시키는 방법, 세균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원하는 활동을 하도록 하는 방법 등에 대한 얘기들이 나옮니다. 미래의 과학은 볼 수 없었던 마이크로바이옴을 우리의 환경에 맞게 바꾸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 방향인지 투명한 눈으로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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