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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를아는아이 May 23. 2021

초록비

포토 에세이

‘늦봄에서 여름 사이에 풀과 나무가 푸를 때 내리는 비’라는 뜻의 ‘녹우’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아마 ‘녹우당’에서일 것이다.


전남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의 일부인 그 ‘녹우당’ 말이다.


이름에 끌리면 그 실체에도 끌리는 스타일이지만 아직 녹우당에 가 보지 못했다.


그보다 더 먼 고산 윤선도 유적지인 해남 보길도에는 일부러 찾아갔으면서도 말이다.


아무튼 ‘녹우당’이라는 이름은 집 뒤 비자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소리가 빗소리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남녘의 정취가 물씬 담긴 정겨운 이름이다.


‘녹우’를 ‘초록비’라고 살짝 고쳐 부르면, 산뜻한 초여름비에 젖은 잎들이 서늘한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여름 목련의 넉넉한 잎과 크림색 꽃들이 ‘초록비’에 젖는, 아름다운 시절이 다시 왔다.


아이처럼 설레는 이 마음만은, 느릅나무 껍질처럼 까칠하고 매마른 세상의 바람도 결코 앗아가지 못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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