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

놓친 영화 혹은 지나간 삶

by 시를아는아이

비교적 최신 영화를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드문 일이다.


처음에는 이 영화와 화가 조르주 모란디(1890~1964)의 정물화를 연결한 참신한 신문 칼럼을 읽고 나서였다.


과연 영화의 몇 장면은 모란디 정물화의 차분하고 추상적인 느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그림처럼 정지한 컷으로 시작하는 장면은, 홀연히 보는 이를 사색의 길로 안내했다.


두 번째는 너무도 느닷없이 곳곳에 출몰하는(?) ‘장국영’ 때문에 보았다.

그 장국영이 예전에 본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장국영이 속옷 차림으로 저 유명한 맘보 춤을 추는 영화 <아비정전>(왕가위/1990)은 제외하고... .

내가 떠올린 건 영화 <버드맨>(알레한드로 이냐리투/2014)이었다.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에게 과거의 영광과 몰락을 함께 일깨우는 ‘버드맨’과, 찬실에게 영화에 대한 동경과 영화가 주는 억압을 동시에 상징하는 ‘장국영’의 존재가 서로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간을 쭉 이어 찍어서 분열된 자아를 느닷없이 등장시키는 촬영 기법까지... .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거의 세상 모든 이들은 저마다 ‘장국영’이나 ‘버드맨’과 같이 환상적인 존재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우리가 꿈꾸면 함께 살고, 우리가 꿈을 버리면 함께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