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해피 엔딩

놓친 영화 혹은 지나간 삶

by 시를아는아이

영화를 통해 이전에 몰랐던 도시를 발견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영화 <한 번 더 해피 엔딩>(마크 로렌스/2015)에는 미국 북동부의 지방 도시 빙엄턴(Binghamton)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빙엄턴은 시나리오 작가로 잘 나가던 주인공(휴 그랜트)이 살던 (아마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제는 퇴물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대학 강사 자리를 받아들이면서 찾게 되는 도시이다.

빙엄턴은 위치적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날씨까지 정반대로 일 년 중 대부분 흐린 날이 이어진다.

물론 빙엄턴은 주인공의 심란한 현실을 더 선명하게 대비하여 보여 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이다.

아무튼 삶과 일이 온통 뒤죽박죽된 중년 남성인 주인공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곳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래도 삶은 견딜 만한 것이 되니까….

이 영화는 이런 당연한(?) 교훈을, 빙엄턴의 우중충하지만 아늑한 날씨와 휴 그랜트의 영국식 자학 유머 그리고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간다.

영화의 원제(‘The Rewrite’)처럼, 삶도 고쳐 쓸 수 있을까?

어쩌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을 새롭게 보고 다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