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과 장판

by MOON제이

신랑이 오래 머무는 곳

서재인지. 침실인지 모를 그 방


내가 잘 안 들어가지는 방이니

청소는 당신 몫이라고

내 잔소리에 못 이겨 억지로 손을 대면

불만은 다시 먼지 되어 쌓이고


기울어진 행거를 탓할 때면

자기가 고치면 될 일을

집안일엔 꼼짝도 안 한다며,

가구는 내 집 사면 들이고 싶다는 핑계로

어쩌면 관심조차 없는 그 방.

아니, 당신.


월말이면 지독히도 고된 얼굴,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던 그 웃음 속에

힒듬의 무게를 감히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지갑으로 들어오는 돈이니

마다하지 못하고

가족들을 책임지는 어깨를 일으켜

피로와 마주하며

오늘도 새벽녘에 출근하는 당신.


오늘 아침은

지나가는 여름이

다가오는 가을하고

인사 중인 거 같은데

새삼 당신이 소중해지는 건 왜일까

계절 탓이겠지.


부지런히 그 방으로 가

내 손끝으로 쓸어내린다.

휘어진 행거,

흩어진 동전,

구석에 쌓인 먼지,

그리고 내 가슴을.


그렇게 고된 하루를 버티는 당신에게

감사해서,

이쯤은 기꺼이 내가 해줘야지

당신이 가장 편하게 쉬는 곳이니.


무거운 장판쯤은

나 혼자도 옮길 수 있어.

당신이 드는 간판은 내가 대신 들어줄 수 없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막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