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영어도 해야 하고 수학도 해야 하는데 시험도 안 보는 독서논술을 꼭 다녀야 하나요? 과학책은 재미없어서 읽기도 싫고 읽을 시간도 없어요.”
한 학생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이럴 때 학생에게 독서가 왜 중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알아주는 게 먼저입니다. 그리고서 우울한 기분을 날릴 만큼 재미있거나 학생과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책을 권해주면 됩니다.
이처럼 독서지도사는 학생들과 책으로 소통하는 직업입니다. 정보책으로 지식을 쌓도록 돕고, 문학책으로 다양한 인물을 살피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읽기와 쓰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학생을 책 속으로, 글쓰기로 이끕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어르고 달래야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개는 1~2년 정도 지나면 책을 읽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것쯤은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독서지도사가 미래에도 유효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에게 단순히 책만 읽히는 게 아니라, 학생과 신뢰를 다지며 더 지혜롭고 현명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돕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마트 기기와 미디어의 영향으로 책을 손에 붙들고 있기가 더욱 어려워진 지금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은 또 하나의 능력이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수많은 직업이 없어질 거라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책으로 이어주는 이 직업의 가치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챗 GPT도 휴머노이드도 대신할 수 없는 감성이 함께 하는 일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독서지도사에 관심이 있거나 이제 막 독서지도사로 활동하시는 분들, 새로운 일을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의 끌려 여기까지 오신 분들께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가 세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결혼을 앞둔 시점으로 그때 저는 지역 방송국에서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국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지라, 대학 때 우연히 방송프로그램 모니터 요원에 지원했고 그 길로 자료조사를 거쳐 프로그램 구성안과 원고를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근이 잦다 보니 결혼하면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이유로 과감히 방송국을 그만두고 도서관에 다니며 토익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임신 사실을 알고 되었고, 일에 대한 고민은 육아에 밀려 뒷전이 되었습니다.
두 아이가 기관에 다니게 되자,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없는 시간을 활용해 큰 아이 학원비 정도만이라도 벌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좋을지 또다시 고민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일보다는 육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니, 단시간에 끝낼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때 마침 자주 이용하던 친환경 식품매장에서 생산지와 제품을 소개할 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만 쓰는 되는 데다, 오전에 취재한 후 밤에 기사를 쓰면 되니 제가 하기에 적당한 일 같았습니다. 그 길로 5년 넘게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며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어떤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세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저의 자유시간도 늘어날 테니, 이제는 육아보다 일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제 미래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때 거실을 가득 메운 아이들 책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빽빽이 꽂힌 책들을 보자 두 아이를 앉혀놓고 목이 아플 정도로 책을 읽어주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몸으로 놀아주기보다 책을 보며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자,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았다는 생각에 막연한 기대감이 밀려왔습니다.
인터넷으로 아이들 책과 관련된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하브루타지도사, 그림책지도사, 독서지도사 등 다양한 직업이 있었지만,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를 도와주는 ‘독서지도사’에 마음이 갔습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과 두 아이의 학원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일단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독서지도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