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서 첫발을 내딛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할 때였습니다. 코로나 19로 개학이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변 학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집에서 독서 수업을 하려던 계획을 코로나가 끝난 후로 미뤄야 할지, 일단 마음먹은 대로 밀고 나가야 할지 말입니다.
그러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를 본 순간, ‘지금이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을 하느라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친구들과도 온라인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책이라도 한 권 읽었으면…….’ 싶은 부모는 저뿐만이 아닐 테니까요. 게다가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장소가 아닌, 집에서 하는 수업이라 되려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습니다.
바로 홍보물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브랜드의 교재로 수업할 계획이었기에, 한우리의 프로그램과 저에 대한 소개, 그리고 위생과 안전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동시에 잠자고 있던 블로그에 관련 사진을 올렸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매일 좋은 책을 추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소독과 환기에 신경 쓴다면 소그룹 수업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 결과 아파트 게시판에 홍보물을 부착한 지 일주일 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해외에서 지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귀국한 아이들을 위한 수업 문의가 이어졌는데,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다 보니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수업 횟수를 더 늘리길 원했습니다. 그 덕분에 제 시간표는 생각보다 빨리 채워졌습니다.
둘째 아이의 친구들도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이 친구들이라 그런지 3~4명씩 금방 팀이 이뤄졌고, 지인 소개로, 혹은 SNS를 보고 문의하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그러자 가을 무렵에는 학생 수가 스무 명에 가까워졌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 동네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솟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갑자기 생각지 못한 고민거리가 떨어졌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었습니다. 수업하는 재미, 수업료 받는 기쁨을 만끽하던 저로서는 무척 아쉬웠지만, 가족을 생각해 이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마음을 달래고자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소개서를 작성했고, 가까운 선생님께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 한편에는, 이미 경험을 쌓았으니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사 후 맞닥뜨린 상황은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가까이에서 한우리 독서지도사로 활동하시는 선생님이 세 분이나 계셨는데 오랜 기간 이 일을 해오신 터라 저는 명함도 못 내밀 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사한 집이 12층이다 보니, 베란다에 현수막을 걸어도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저는 전처럼 또다시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제 마음이라는 걸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제 소개와 수업 프로그램을 적은 홍보물을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틀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고학년 아이를 둔 어머님으로, 마침 이런 수업을 찾고 있었는데 아파트 게시판에 안내문이 붙어있어 너무 반갑다고 하셨습니다. 저처럼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까이에 독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이 세 분이 더 있다는 사실은 모르시는 듯했습니다.
저는 이 전화를 계기로,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미리 겁먹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결과 여전히 코로나가 성행했지만, 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은 학생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학생 수가 40여 명이 되었고, 2년이 지났을 때는 60여 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