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연애하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는데
얼마 전 마음에 잔잔하게 참 좋아 보인다 싶었던 순간이 한 번 있었다.
가장 친한 언니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애써 버티고 서있는 언니가
우리가 오니 두 세 번 웃음을 짓고 얘기하는 모습에 안쓰러웠는데
오빠가 오니 우리 옆자리에 같이 앉고는
밥 한 공기 달라 하고 그제야 밥을 먹는 언니가 편안해 보였다.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언니가 참 편안해 보였다.
그럼 그런 순간들이 불어오는 날에는
나는 네가
더욱 보고 싶은 날들이 생긴다.
신기한 것은 오히려 멀리 있었을 때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냄새에도 안부가 되고는 했는데,
고작 지하철역 몇 정거장을 두고 그럴 때는
바람 냄새에 더 간절히 보고 싶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 보면 이어지고 두 번 보면 자주 보는 것 아니냐는 말에 참,
내가 했지만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은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한 번을 위해 나는 일 년을 기다리고
운명이 우연이 되지 않던 해에는 직접 너에게 가기도 했었다.
내가 도쿄에 간 이유의 반은 너였는데
늘 이 도시가 좋아서 왔다는 말로 둘러 대기는 했지만, 너는 몰랐으니 괜찮다.
애틋하다. 혼자서도 이렇게 깊이 애틋하다.
십몇 년 전 우리는 애틋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세월이 많이도 흘러 애틋해 진 걸 보니 네가 바뀐 걸까, 내가 변한 걸까.
야근하던 널 기다리던 도쿄의 저녁들을
너는 여전히 몰라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네가 내가 널 기다리던 곳에서 날 기다리던 저녁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새로 가게 된 곳은 어떤지. 사람들과는 친해졌는지. 여전히 야근이 많은지.
묻고 싶은 게 많아 잠이 오지 않기도 하는데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나가 있기도 하다.
묻고 싶은 게 많은 하루의 날을 더한 것이겠다.
옅어 져야 하는 마음이라면, 옅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고로,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애틋한 것이 좋기도 해서, 자기 전 창 밖 그 동네 즈음을 쳐다보며
하늘에 보고 싶기도 하다는 아쉬움을 전하는 것도 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거면 버티지 않을까.
나는 그냥 네 옆에서, 이렇게 가끔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 같기도 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 옆에 남는 일,
어려운 만큼 애틋하여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너는 꼭,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 마음이 그러한 거 같다.
"너에게 쓰는 편지는 언제나 두서가 없다.
그 두서 없음이 너를 향한 내 마음의 전부였다."
모자 작가의 <숨>에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을 앞에 두고 보니
너에게 쓰는 나의 편지도 두서가 없다.
그것 또한 너를 향한
내 마음의 전부이겠다.
출근해야 하는데, 새벽에 깨지 말고 #1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