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이 드는 날들이 많아진다. 그냥 불러서 앉혀놓고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다 얘기할까. 그래, 다시 또 못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다 얘기할까. 나 그때, 5년 전 헤어진 지 6개월 되던 날을 세던 시절 길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너무 놀랐고. 나 그때, 4년 전 생일날 네가 연락이 와서 너무 놀랐고. 나 그때, 3년 전 유럽에서 돌아온 네가 마시지 않던 커피도 마시고 말이 너무 잘 통해서 놀랐고. 나 그때, 2년 전 네가 그 공원에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혹시 문 닫기 전에 차 한잔하고 가지 않겠냐고 해서 놀랐고. 나 그때, 작년에, 내가 먹고 싶은 걸 두 개 시키고 한입 먹기까지 기다리던 모습이 맞았어서 놀랐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달라질까봐 라기보다는 오늘은 점심에 무얼 먹고 몇 시에 퇴근을 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고, 참 애틋하고 애틋하여서 순수히 너도 누군가에게는 그리 애틋한 사람이란 걸, 또한 나에게 이제는 네가 애틋한 사람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여름 나는 언젠가부터 매해 그래왔듯 네가 있던 그곳으로 잠시 떠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기댈 곳이 지나간 추억이라 소중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기억력이 좋다 자랑하고 싶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일 년 중 일주일의 기억으로 또 한 해를 살아가는 힘을 얻는 나에게는 그중 네가 늘 있었으니 그래,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겠다. 너는 나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다.
너에 대한 마음은 너를 생각하는 시간 동안 조금씩 다듬어져 엉키고 못생겨진 마음속에도 예쁜 풀잎으로 자라고 있다. 잡초만큼만 살아내길 바라는 나에게 풀잎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너는 꽃보다 예쁘고 나무보다 듬직하다. 사막 속에 나의 오아시스이고 비 온 후에 나의 무지개이다. 더운 날엔 잠시라도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늘이고 추운 날엔 몸을 녹일 집이기도 하다. 초록색을 한껏 품은 너는, 숨 쉴 공간 없는 마음밭에서 유일하게 건강히도 자라고 있는 휴식일지도, 안식일지도. 그래, 그것도 나의 사랑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