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인데 전에 만나던 친구는 내가 눈치를 많이 봤어, 특히 초반엔. 내가 많이 좋아해서이기도 했고, 내가 더 좋아해서이기도 했고, 그가 성격이 처음엔 좀 까칠해서이기도 했고. 그래서 무얼 먹으러 가자고 만나도 무얼 먹자고 말을 잘 못 했어. 그냥 가까운데, 가기 편한데. 겉으로는 나도 까칠한 척 해도 속으로는 눈치를 많이 봤던 거야, 나도 모르게, 최대한 맞추려고.
그래서 무얼 먹고 싶냐는 물음이 좋았어. 너는 진심으로 묻는 거잖아, 내가 무얼 먹고 싶은지. 너는 그곳이 어디인가보다 이왕이면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러 가자는 식이었으니까. 너는 식당에 가서도 그랬어. 혹여 내가 몇 가지를 두고 고민하면 그중 두 개를 시켜서 나에게 둘 다 맛보라며 덜어주고는 내가 한입 먹고 맛있다고 하는지 기다렸으니까. 내가 국수를 좋아하니 국수를 먹고, 튀김을 맛보라며 덜어주고, 고기를 구우면 한 점씩 접시에 올려주고. 그래서 너랑은 먹는 기억도 즐거웠나 봐, 나 진짜 먹고 싶은 것들로 골랐거든.
마음이 편했어. 고마웠어. 밥 먹는 것도 즐거웠어. 내 기억이 그래. 그건 사랑이야.
어때, 다 말해볼까. 그 시간들이 나한테는 다 그랬다고. 계속 고민해왔거든, 다 말하고 끝낼지, 아니면 말하지 못한채 끝날지.
있잖아, 그건 사랑이야. 텅 빈 마음 밭에 고작 잡초만큼만 살아냈으면, 잡초만큼만 살아졌으면 하는 내게 풀잎 하나로 아직 구석에 자라고 있는 너는. 내가 가진 그 무엇보다 예쁘고 그 무엇보다 착한 너는. 이제는 알아, 그건 나의 사랑이야. 내가 누군가의 꽃 한 송이던 시절이 지나 이제 잎이 떨어져 시든 나에게 와서 푸른색을 품은 너는, 그리도 예쁠 수 있을까 싶은 너는. 어떻게 그렇게 예쁠 수 있을까. 너는 어떻게 이런 자갈밭 같은 내 마음속에서 그렇게 예쁘게 자랄 수 있을까, 너는.
자갈밭에서 흙을 먹으면 맛은 하나도 없겠지만 너는 같이 앉아 흙이라도 같이 먹어줄 거 같았어. 그래서 나 그걸로 버틴 거야. 그 위로로 버틴 거야, 그 시간 모두를. 발에 밟혀 까지기만 하는 이 자갈밭에도 같이 와서 앉아주길래 나 너로 버틴 거야. 그걸로 버틴 거야.
그것도 나의 사랑이야. 어떻게든 옆에 서서 예뻐 보이고 싶던 어린 시절의 나도, 소중한 사람 옆에 서서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 이 시절의 나도. 이것도 나의 사랑이야. 나로 인해 네가 쓸데없는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은 것. 너는 다치지 않고 지금처럼 예뻤으면 하는 것. 그렇게 너를 지키는 것. 그것도 나의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