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억으로 살아보기로 한다

오늘을 또 기억하기로 한다, 이 기억으로 살아보기로 한다

by 일요일은 쉽니다


예쁘다. 이리도 예쁠 수 있을까, 그리도 예쁠 수 있을까.

그곳에서 봐도 예쁘고, 이곳에서 봐도 예쁘다.

27의 너도, 28의 너도, 29의 너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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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우울함 그 깊숙한 곳까지 내려갔다가 겨우 한 뼘 다시 올라와 숨만 쉬고 있던 요즘, 며칠의 만남으로 일 년을 살만큼 소중한 너와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우울증 얘기를 털어놓는 것과 그 우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만나는 것은 섬세하게도 다른 문제니까. 네가 잊어버렸으면 넘어가려 했고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네게 결국 연락이 왔다.


그토록 피하려던 어제의 시간이, 조곤조곤 예쁘게도 이야기하고 예쁘게도 들어주던 너는. 상처엔 마데카솔이라는 카피처럼 너는. 그 깊숙한 어둠에서 건져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밑으로 내려와 내 무릎에 담요를 덮어주듯 너는.


나는 너만큼 28의 예쁜 사람, 예쁜 청년, 예쁜 자매가 되는 것. 그 어렵고 그 불가능한 것이 한 가지 바람인데, 한 가지 소원인데. 거칠어진 사람은 다시 부드러워 지는 것이 불가능하여서. 한 송이의 꽃이던 시절이 지나 풀이 되었다 이젠 잡초로 살아남기 위해, 아무리 독약을 뿌려도 살아남기 위해 같이 악해져 가는 내게.


그 거칠어진 표면을 나라도 끌어안고 삶을 놓지 않기 위해 숨을 쉬며 살아가는 하루에 너는.

너는 또 한 번 내게 와,

그런 나를 꼭 끌어안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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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 참 곱다.

어쩌면 이리도 고울 수 있을까. 어쩌면 그리도 고울 수 있을까, 너는.


어제의 시간이 나에게 마데카솔과 같은 시간이었다면 이미 너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사람인 거겠지. 그 인연이 참 소중하다. 안 좋은 일이 소리 없이 온다면, 좋은 일은 더 소리 없이 올수도 있다고 했다. 너는 그렇게 소리 없이 와서 어두운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를 다시 위로한다.


강인하게 살겠다 다짐하고는, 오늘만 이렇게 또 웃기로 한다. 그렇게 너는 잡초 같은 나를 하나의 풀잎으로 만든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창문에 비치는 따뜻해진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오늘을 또 기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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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억으로 살아보기로 한다.


출근해야 하는데, 새벽에 깨지 말고 #4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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