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스승이란 무엇인가. 시인 이성복은 스승은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생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스승이라고."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마인드를 비워야 영혼이 들어간다"
"'스님을 찾아온 사람이 입으로는 '한 수 배우고 싶다'고 하고는 한참을 제 얘기만 쏟아냈지. 듣고 있던 스님이 찻주전자를 들어 잔에 들이붓는 거야. 화들짝 놀라 '스님, 차가 넘칩니다' 했더니 스님이 그랬어. '맞네. 자네가 비우지 못하니 찻물이 넘치지. 나보고 인생을 가르쳐달라고? 비워야 가르쳐주지. 네가 차 있어서 말이 들어가질 못해.' 마음을 비워야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네.'"
"'인생도 다르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인생을 풀(full)로 보는 게 아니라 불현듯 뛰어들어가 후반부 영화만 보는 것 같지. 영화가 끝나고 'the end' 마크가 찍힐 때마다 나는 생각했네. 나라면 저기 꽃봉오리를 놓을 텐데. 그러면 끝이 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누군가 와서 언제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텐데... 인생이 그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사람에게,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못 들을 것 같은 진실을 듣게 되는 순간"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사람에게,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못 들을 것 같은 진실을 듣게 되는 순간.
그와 나 사이에 엷은 막이 사라지고 잠깐 하나가 된 것 같은 그런 순간들."
"'내가 여러 번 얘기하지 않았나. 덮어놓고 살지 말라고. 왜냐면 우리 모두 덮어놓고 살거든.
덮어놓은 것을 들추는 게 철학이고 진리고 예술이야.'"
"'늘 애절한 거죠. 매 순간이 지금 이 순간과의 헤어짐이니까요.'"
"이어령 선생님의 말처럼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가 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돌아보면 선생이 이 시대에 태어나 대중 앞에 서서 쓰고 말한 모든 것도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이라는 거대한 동굴을 들여다보고 그 벽에 삶이라는 빛의 열매를 드리우는 능력은 선생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말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의 예지는 너무도 생생해서, 살았거나 죽었거나 상관없이 그의 힘찬 육성이 일상 곳곳을 파릇파릇하게 파고든다.
결과적으로 그는 내게 어둡고 눅눅한 임사 체험이 아닌, 무섭도록 강렬한 탄생의 체험을 들려주었다.
"'탄생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간다'던 당신의 약속처럼, 만날 때마다 선생은 소멸을 향해 가는 자가 아니라 탄생을 향해 가는 자다웠다. 태어나기 전 세상과 가까워질수록, 그의 육체는 흙과 빛을 반죽한 것처럼 더 작아지고 밝아졌다. 내가 멋쩍은 눈으로 무문을 거듭하는 사이에도 그는 웃으면서 빛이 되어 부서지곤 했다."
"'인간은 암 앞에서 결국 죽게 된다네. 이길 수 없어. 다만 나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말을 하겠다는 거지.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나가면 그게 암을 이기는 거 아니겠나."
"'가장 가까운 타자가 시야에서 사라져도 영영 떠난 게 아니라는 믿음, 그 믿음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저는 압니다.'"
"'엄마가 없는 쪽에다 힘을 싣느냐, 있는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 해피 엔딩으로 볼 수도 영원한 헤어짐으로 볼 수도 있어.'"
"'...견디다 못한 욥이 신을 향해 저주를 하는 거야. 그때 한 말이 뭔 줄 아나? '이 고통을 반석 위에 쓸 수 있다면.' 내가 지금 억울한 것을 바위 위에 새길 수 있다면... 그게 욥의 마지막 희망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