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선생님, 저는 일기는 쓰는데 글이 되지는 않아요.”
혹은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기록은 꾸준히 하는데,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너무 평범해 보여요.”
많은 사람들이 일기와 글쓰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는 개인적인 기록이고, 글은 누군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기는 잘 써도 글은 못 쓴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글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기록을 글로 바라보는 방식에 있습니다.
일기는 보통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습니다.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기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회의를 했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조금 피곤했다. 퇴근 후에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다.” 이런 기록은 하루를 기억하는 데는 충분하지만, 여기서 글이 바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쓰이고, 에세이는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중심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하루라도 이렇게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 회사 회의는 두 시간이나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그 회의에서 내가 한 말은 거의 없었다. 예전에는 의견을 말하려고 애쓰던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듣는 쪽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이렇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단순한 하루의 기록이 하나의 생각으로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은 하지만, 그 기록 속에서 생각을 꺼내는 과정은 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것과 하루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록은 쌓이지만 글은 시작되지 않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수강생들에게 일기를 쓸 때 딱 한 가지 질문을 더 붙여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나는 왜 이 장면이 기억에 남았을까?”
예를 들어 일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해봅시다. “오늘 카페에서 옆자리 사람들이 오래 이야기를 했다.” 이 문장은 기록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질문이 하나 붙으면 글의 방향이 생깁니다. “나는 왜 그 대화를 계속 듣고 있었을까.” “사람들은 왜 카페에서 그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할까.” 이렇게 질문을 붙이는 순간 단순한 기록은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에세이는 특별한 사건에서 시작되는 경우보다 사소한 장면을 오래 바라본 순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그냥 지나가고, 누군가는 잠깐 멈춰서 생각합니다. 글은 그 멈춤에서 생깁니다.
그래서 기록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록이 있는 사람은 글에 훨씬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이미 재료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재료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저는 종종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에세이는 특별한 하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본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주 평범하게 보냅니다. 회사에 가고,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하루는 대단한 사건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작은 장면들이 숨어 있습니다. 오래 이어진 침묵, 괜히 마음이 움직였던 한 문장, 지나치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풍경 같은 것들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장면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왜 이 장면이 계속 떠오를까.” 그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기록은 글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있다면 이미 좋은 출발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록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록 속에서 하나의 생각을 꺼내는 연습입니다.
오늘 일기를 쓴다면 마지막에 한 문장만 더 붙여보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 질문 하나가 붙는 순간, 기록은 조금씩 글이 됩니다.
글쓰기 고민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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