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쓸 게 없어요.”
성인 글쓰기 수업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글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뿐 아니라 예전에 글을 조금 써봤던 분들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글은 쓰고 싶은데 쓸 이야기가 없어요.” “특별한 경험이 없어서 글이 안 나와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늘 같은 답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글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글감으로 보는 눈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글감’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창한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인생을 바꾼 사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 경험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하루가 평범하면 글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글을 오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큰 사건보다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카페에서 옆자리 대화를 듣다가 떠오른 생각, 퇴근길 지하철에서 느낀 감정, 어제 읽은 책의 한 문장 같은 것들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순간을 그냥 지나가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출근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봅시다. “왜 나는 월요일 아침만 되면 유난히 피곤할까.” 사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글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월요일을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직장인의 일주일은 어떻게 시작되는지, 일을 대하는 마음은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생각을 잠깐 하고 끝냅니다. 잠깐 스쳐 지나간 생각이 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글감은 특별한 사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멈춰서 생각한 순간에서 생긴다고요. 글을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경험의 크기가 아니라 경험을 붙잡는 방식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를 보내면서 수십 번 생각을 스쳐 지나가게 하고, 어떤 사람은 그중 하나를 붙잡습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옆자리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소음처럼 듣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카페에서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할까.” 그 질문 하나가 글의 시작이 됩니다. 글은 대단한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질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사람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이 장면이 왜 이상하게 기억에 남을까.” 이런 질문을 붙잡기 시작하면 평범한 하루도 갑자기 많은 이야기로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기록 습관을 먼저 권합니다. 하루 동안 떠올랐던 생각 중 하나만 메모해보는 것입니다. 긴 글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한 문장이어도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적어볼 수 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모두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았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글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보지 않게 되었는지,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왜 이렇게 침묵으로 가득한지,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어떤지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글감이라는 것은 세상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하루 속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글로 이어지지 않은 생각으로 남겨두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쓸 게 없다”는 말은 때로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직 내 일상을 글감으로 보는 습관이 없다.”
이 습관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들어집니다. 하루에 한 번, “오늘 나에게 이상하게 남은 장면은 뭐였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글은 특별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시작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사람이 더 많은 글감을 발견할 뿐입니다.
글쓰기 고민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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