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닌데요. 막상 말하려고 하면 정리가 안 돼요.”
성인 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특히 글보다 먼저 ‘말’에서 막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머릿속에는 분명 여러 생각이 있는데,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순서가 꼬이고 핵심이 흐려지고, 하다 보니 본인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위축됩니다. 회의에서 말을 아끼게 되고, 질문을 받아도 바로 답하기 어려워지고, 누군가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라고 하면 괜히 더 초조해집니다.
그럴 때 저는 늘 말씀드립니다. 횡설수설하는 건 말주변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말을 시작하기 때문이라고요. 많은 분들이 ‘말을 잘하는 사람’은 원래 타고난다고 생각합니다. 순발력이 좋고, 머리가 좋고, 표현력이 좋아야 한다고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먼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시작하는 힘입니다.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고 그중에서 무엇을 먼저 꺼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말을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왜 그 수업을 듣고 싶으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동시에 떠오를 수 있습니다. 요즘 글쓰기가 너무 막혔던 일,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마음, 회사에서 말과 글이 늘 문제였던 경험, 뭔가를 시작하고 싶었던 올해의 계획까지. 사실 다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이걸 한꺼번에 꺼내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말은 이렇게 됩니다. “제가 원래 글쓰기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요, 예전부터 좀 해보고 싶긴 했는데 사실 회사 다니면서도 늘 제가 표현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뭔가 올해는 좀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어려워집니다. 말하는 사람도 점점 불안해지고요. 그러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는데 핵심은 더 흐려집니다.
그래서 저는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말이 길어지는 건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말할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건 글쓰기와도 아주 비슷합니다. 글이 산만한 사람은 대개 쓰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중심 문장이 없는 상태로 문단을 시작합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심이 없으면 자꾸 옆으로 샙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가장 먼저 결론부터 한 문장으로 말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아까 질문에 답한다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생각을 더 분명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수업을 듣고 싶었습니다.” 이 한 문장을 먼저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유를 붙이면 됩니다. “회사에서 늘 제 의견을 설명할 때 말이 길어지고, 정작 핵심 전달이 안 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이렇게만 해도 말은 훨씬 또렷해집니다. 중요한 건 멋지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횡설수설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추는 용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을 받으면 바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침묵이 생기면 안 될 것 같고, 머뭇거리면 부족해 보일까 봐 겁이 나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조금 멈추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정돈되어 보입니다. 1초, 2초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열 문장을 쏟아낸 뒤 스스로 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문제를 결국 문해력과도 연결해서 봅니다. 말이 자꾸 꼬이는 사람들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그 훈련은 읽기와 쓰기에서 함께 길러집니다. 문장을 읽고 핵심을 잡는 사람은 말할 때도 핵심을 잡습니다. 짧게 메모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은 대화할 때도 자기 말을 덜 흩뜨립니다.
그래서 말을 잘하고 싶다면 의외로 글쓰기가 도움이 됩니다. 정확히는 ‘잘 쓴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한 문장으로 붙잡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오늘 누군가와 대화할 일이 있다면, 혹은 회의에서 발언할 일이 있다면 속으로 먼저 이렇게 정리해 보셨으면 합니다. “내가 지금 가장 먼저 전해야 할 한 문장은 뭘까?” 그 한 문장만 분명해도 말은 훨씬 덜 흔들립니다.
횡설수설하는 사람은 원래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의 순서를 아직 잡지 못한 사람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말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리 없이 바로 말하는 습관에 조금 익숙했을 뿐입니다. 말은 재능보다 구조입니다. 그리고 구조는 생각보다 천천히 바꿔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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