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서요”라는 말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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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시간이 없어서요”입니다. 바쁜 일정, 퇴근 후 지친 몸, 밀린 집안일. 그 말은 충분히 사실입니다. 그런데 수업 현장에서 그 문장을 오래 듣다 보니, 저는 자주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성인의 삶에서 시간은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배정되고, 남은 조각이 있다면 우리는 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 쓰겠다”는 다짐은 대개 실패합니다. 글쓰기가 일상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남는 시간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고정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수업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매일 두 시간 쓰기” 같은 거창한 계획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퇴근 후 10분” 같은 아주 작은 약속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10분이 너무 짧아 보이죠. 하지만 짧기 때문에 지속됩니다. 그리고 지속되는 순간, 글쓰기에는 힘이 붙습니다. 글은 가끔 길게 쓰는 사람보다, 자주 쓰는 사람이 더 멀리 갑니다.

저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권합니다. 글쓰기 시간은 길이보다 ‘같음’이 중요하다고요.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몸이 먼저 “이제 쓰는 시간”을 알아채는 순간이 오면, 의지가 덜 필요해집니다. 리듬이 당신을 데려가니까요. 리듬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시간표는 딱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출근 전 10분: 방해가 적고, 하루를 여는 문장으로 쓰기 좋습니다.

퇴근 후 10분: 하루의 감정을 바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대신 피로가 변수라 짧게 권합니다.

주말 오전 60~90분: 한 편을 ‘밀어붙이는 시간’으로 가장 효율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 가지를 다 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만 선택해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전부 하려다 전부 놓칩니다. 글쓰기는 욕심이 아니라 루틴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요”라는 말에는 종종 다른 의미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한 마음. 그래서 책상 앞에만 서면 멈춰버리는 감각. 이럴 때는 주제를 ‘감정’이 아니라 ‘장면’에서 가져오면 좋습니다. 장면은 작아서 시작이 쉽고, 10분에도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입니다. 오늘 지하철에서 내가 가장 오래 본 것, 책상 위에 남아 있는 물건 하나, 이번 주에 미뤄둔 일 한 가지와 그 이유, 하루 중 가장 조용했던 5분. 작은 장면 하나만 붙잡아도 문장은 생각보다 쉽게 이어집니다. 중요한 건 분량이 아니라 기록의 연속성입니다.

글쓰기를 오래 해온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결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아서 쓴 게 아니라, 리듬이 있어서 썼다는 것. 당신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시간보다, 내 삶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글쓰기입니다.

오늘부터는 “시간이 생기면” 대신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딱 10분만 쓰겠다.”
그 10분이 쌓이면, 글은 어느 날 조용히 ‘완성’을 향해 움직입니다. 바쁜 삶 속에서도 문장이 살아남는 방법은 의지가 아니라, 리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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