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앞에서 사라지는 이야기들

by 문장학교 연주쌤의 지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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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거의 다 썼는데요." 수업에서 만난 한 수강생은 3개월 동안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매주 "거의 다 썼어요"라고 했지만, 결국 완성된 글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분만 그런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론 직전에서 글을 포기합니다. 90%까지 달려왔는데, 마지막 10%를 앞두고 멈춥니다.

왜 그럴까요. 결론은 단순히 글을 마무리하는 문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내가 이 글을 왜 썼는지" 스스로에게 대답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그 질문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얼어붙습니다. 지금까지 쓴 내용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이걸 세상에 내놓아도 되는지, 결론을 쓰는 순간 모든 것이 판단받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결론 앞에서 사라지는 글들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첫째, "더 좋은 말"을 찾다가 사라집니다. 이미 충분히 좋은 문장을 써놓고도, 결론만큼은 "완벽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룹니다. 내일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를 것 같고, 다음 주에는 더 깊은 통찰이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일도, 다음 주도 똑같습니다. 완벽한 결론은 오지 않습니다.

둘째, 결론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다가 사라집니다. 지금껏 쓴 내용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결론에서 갑자기 더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개인적 경험담으로 시작했는데 결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려 하고, 작은 깨달음을 썼는데 결론에서는 "인생의 본질"을 담으려고 합니다. 그 순간 글은 균형을 잃고, 결론은 점점 멀어집니다.

셋째, 결론을 "증명"하려다가 사라집니다. 특히 직장인 글쓰기에서 자주 보는 패턴입니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처럼, 결론도 데이터나 논리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세이의 결론은 증명이 아니라 '울림'입니다. 독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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