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첫 문장은 분명 힘차게 출발했는데, 어느새 문장들이 갈 곳을 잃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때입니다. 분량은 늘어나는데 내용은 진전되지 않고, 설명은 많아지는데 중심은 흐려집니다. "왜 이렇게 쓰고 있지?"라는 감각이 생기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원고를 덮습니다. 대개 그 지점이 '글이 어려워지는 진짜 구간'입니다.
중간에서 길을 잃는 문장에는 공통된 신호가 있습니다. 첫째, 동사가 약해집니다. "했다/바꿨다/깨달았다" 대신 "같다/듯하다/일지도 모른다"가 늘어납니다. 둘째, 구체가 사라지고 추상이 많아집니다. 장면이 사라진 자리에 '의미, 가치, 성장, 진정성' 같은 단어가 들어오면 글은 갑자기 공중에 뜹니다. 셋째, 말이 많아집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말로 반복하며 독자를 설득하려고 애쓰는데, 사실 그건 독자를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중간에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많은 성인 글쓰기는 "하고 싶은 말"로 시작하지만, "어디까지 데려갈지"를 정하지 않은 채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출발은 감정이 해내지만, 중간은 구조가 이끕니다. 중간 구간은 본능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한 구간입니다. 더구나 성인에게 글은 '능숙해 보이고 싶은 욕망'과 '틀릴까 봐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걸려 있는 작업입니다. 그 두 마음이 충돌하면 문장은 갑자기 조심스러워지고, 조심스러워진 문장은 방향을 잃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중간은 길이 아니라 교차로"라고 말합니다. 교차로에서는 신호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다음으로 어디로 갈지, 무엇을 버릴지 결정해야 합니다. 글의 중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표지판'입니다. 표지판이 있으면 망설임은 줄고, 문장은 다시 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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