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인형 같은 미래를 기다린다

조인정

by 옹달샘

°아홉 살 소녀 엘라프는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서 아끼던 인형을 꺼내 온다


곰 인형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곰 인형은 언제나 웃고 있으니까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슬플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 인형을 꺼내 와야지

곰 인형은 언제나 웃고 있으니까


곰 인형이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해 줄 거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슬플 때도 다만 살아 있기를 바랐다고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고


불타 버린 도시에서도 아홉 살 소녀 엘라프는 곰 인형처럼 웃는다


곰 인형 같은 미래를 기다린다


우리는 곰 인형을 지켜야지

곰 인형은 언제나 웃고 있으니까


°<폭격된 집에서 인형을 구해온 어린이에게>(《시사IN》 2024.11.22.)



어제까지 먹구름과 함께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맑게 갠 하늘이 보인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교사들은 남해로 1박 2일 워크숍을 떠난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학교는 조용하기만 하다. 우리 일상은 오늘도 이렇게 무탈하게 지나간다. 지구 다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뉴스를 통해 간간이 접하지만, 오랫동안 끝나지 않는 전쟁에 어느 사이 둔감해지기도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지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문학의 존재 이유와 역할은 많겠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알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목소리로서 문학은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 의미로 조인정 시인의 이 동시가 소중하고 반가웠다.

이 시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서사로 시작한다. “아홉 살 소녀 엘라프는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서 아끼던 인형을 꺼내 온다.” 나이와 이름을 드러내 그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시인은 묻는다.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곰 인형이 무슨 쓸모가 있겠냐고. 그리고 다시 묻는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슬플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냐고. 이 물음에 대해 그런 상황에서도 다만 죽지 않고 살아 곰 인형 같은 미래를 기다리자고 시인은 스스로 답한다. 곰 인형 같은 미래는 극한의 절망을 딛고 일어나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다. 언제나 웃고 있는 곰 인형처럼 다시 무탈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시 끝에 밝힌 참고 문헌 《시사IN》의 본 기사 내용을 찾아봤다. 덕분에 아홉 살 소녀 엘라프의 아픈 일상을 만나고, 가자지구에 지난 1년간 외신기자 한 명도 없이 오직 현지 언론인들만이 유일한 기록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참고 문헌 표시로 독자는 현실의 참상을 더 깊이 알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우리 작은 목소리로 평화를 노래할 수 있기를, 그 노래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부르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이 땅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평화를 부르는 문학의 힘을 믿으며, 어떻게 써야 힘 있는 노래가 될지 늘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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