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에게 미안합니다

김봄희

by 옹달샘


사막에 갔는데


발목에 쇠사슬을 찬

낙타가

일어설 때

후두둑

한 발 뗄 때마다

후두둑 후두둑

똥을 눈다


낙타가 걷는 길은 이미

똥길

똥 위에 똥을 누고

똥을 밟으며

낙타가 걷는다


사람을 태우고





우리는 오랫동안 낙타를 어떻게 인식해 왔나. 이 시를 읽고 드는 첫 생각이었다. 실제로 만나기 쉽지 않은 동물이어서 그런지 낙타는 특정한 이미지로 재현된다. 사막 낙타라고 인터넷 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사막 낙타 투어를 했다는 수많은 블로그 글은 퍽 낭만적으로 읽힌다. 파랗고 투명한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모래 위로 줄줄이 이어진 낙타 행렬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낙타는 그렇게 사막의 낭만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래서 우리의 꿈은 자연스럽다. 언젠가 우리도 사막에서 낙타 투어를 해 보는 것.

이 시는 그런 낭만적 이미지에 균열을 가한다. 낙타에게 미안하다니. 낙타의 시선으로 한 생명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자유를 빼앗긴 채 온종일 사람의 명령에 따라 일어나고, 앉고, 걷고, 또 걷는 낙타를 떠올려 본다. 그러고 보니 낙타에게 주어진 하루는 피로와 목마름의 연속일 뿐이다.

발목에 쇠사슬을 찬 낙타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었다. 사막 투어를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 되어 낙타의 실상을 보지 못한다. 보았어도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의 눈은 딱 그 자리에 머문다. 그리고 우리에게 쇠사슬에 묶여 체념하고 침묵하며 사는 동물을 대신해 질문을 던진다. 낙타에게도 낙타다운 삶이 있지 않을까. 낙타의 생은 인간을 위해서만 소비되어야 하는 것일까. 질문은 낙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 소비되는 수많은 동물의 삶으로 번져간다. 시 하나가 잠잠하던 우리 마음에 이렇게 파동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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