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날그날 Sep 27. 2019

단계를 늘려 경험을 개선하기

조금이지만 '인간적인' 단계 추가하기

이 글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2016년 초, 애딧페이를 오픈하고 사용성 개선을 고민하던 시절의 글입니다.

옛날 이야기는 즐겁습니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인가 봅니다.


이 글은 대학생 소액 대출 서비스 ‘애딧페이’에서 대학생 사용자들이 자동화된 대출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출 단계를 늘리려고 를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글에서 언급되는 애딧페이는 현재는 기사로만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s://platum.kr/archives/60719



애딧페이


애딧페이는 대학 인증이 완료된 학생에게 최소 5만 원부터 최대 30만 원까지 소액 대출을 진행한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학생증과 학교 이메일, 계좌 인증을 거친 뒤 5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소액 대출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출, 어렵지 않아요


사용자가 대출을 진행하기 위한 대출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apk8u-uUBI

애딧페이의 대출 진행은 이렇게 쉬웠다!


사용자는 대출 금액과 계좌를 선택합니다. 계약 내용을 확인 후, 계좌로 보내면 대출이 완료됩니다.


사용자는 대출 화면에서 대출 금액을 선택한 뒤 확인을 누릅니다. 대출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계좌로 보내기를 선택하면 대출금이 통장으로 송금됩니다. 이때, 사용자에게 대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음이 이메일과 문자로 통지됩니다.


위의 대출 과정은 ‘선택하면 입금된다’라는 굉장히 직관적인 모델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생 사용자들에게 ‘대출은 어렵지 않다’라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걸로 끝인가요?


“정말 이걸로 대출이 완료된 건가요?”

“정말 이 돈 써도 되는 건가요?”


위에서 살펴본 직관적인 대출 경험은 긍정적인 경험 반응과 함께 부정적인 경험 반응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출 신청에서 완료 및 송금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사용자들이 의심과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를 간단하게 해결한다면 대출 완료 화면에 ‘정말 완료되었습니다.’, ‘안심하고 쓰셔도 됩니다.’등의 문구를 추가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의심과 불안이 해소될까요?

아뇨,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계를 늘리기


일반적으로 회원 가입, 상품 구매 등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매끄러운 서비스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입력을 줄이거나 특정 단계를 과감하는 것처럼 생략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이루어집니다.


대학생 사용자의 부정적인 경험 반응을 해소하기 위해 애딧페이의 대출 과정에서도 입력을 줄이거나 단계를 생략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이걸로 대출이 완료된 건가요? 정말 이 돈 써도 되는 건가요?라는 대출 사용자 경험은 생략이 아니라 계약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음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단계를 추가해야만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약 경험 표현하기


계약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음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계약 인터페이스를 비주얼적, 경험적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은행에서 입출금을 진행해보았을 것입니다. 원하는 금액을 지정한 뒤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진행합니다. 이때, 도장과 서명이라는 단계는 단순한 입출금 절차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도장과 서명은 개인적, 사회적으로 ‘공식적’ 임을 의미합니다.


애딧페이의 대출 단계에 추가되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대출 단계가 ‘공식적’으로 완료되었음을 경험할 수 있는 단계가 추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대출금을 설정하고, 계약서를 확인하고, 자신의 서명을 입력하면 계약이 완료되며 대출금 송금이 완료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대출이 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사용자 스스로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며, 서명 자체가 서비스의 WOW 포인트로서 동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명 인터페이스 추가하기


서명 인터페이스는 오픈 소스인 https://github.com/szimek/signature_pad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서명을 한다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며 해당 대출 계약 자체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지만 '인간적인'


사용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UI로 서명 UI와 지문 인식 UI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프로덕트에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저러한 어른의 사정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여러 핀테크 서비스들은 빠르고, 간편한 사용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훌륭한 핀테크 프로덕트로서 갖춰야 할 사항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지나치게 고도화된 시스템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아닐까요? 조금이지만 ‘인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옛날 이야기는 여기까지,

즐거운 일이여, 거기 잠깐 기다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